우리가 봐야할 이들.

영화 허스토리,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by 서영

국제 사회의 수면으로 띄어올려진 일본 위안부에 관한 영화는 이미 많이 만들어져 있다.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부터 김현석 감독의 '아이 캔 스피크'까지 다큐멘터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변주가 들어간 작품으로 대중과 만났다. 더불어 소녀상이 전국 곳곳에 설치되었고, 이를 철거해달라는 일본 정부에 대한 비난을 전국민이 강하게 쏟아내며 정부의 강경한 대책을 요구하는 등 누구나 일본의 사과를 촉구하는 공감대가 형성된 널리 알려진 역사가 되었다.


이는 즉, 대중에게 새롭지 않은 주제라는 의미이다.


영화 허스토리는 그 동안의 작품과 달리 사건 발생의 시점이나 현재가 아닌 20여년전 과거의 시점에 있었던 하관(下關,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오가며 몇 년간 전개된 관부 재판을 다루고 있다. 과거 시간 속에서 보여주는 사람들의 모습과 말들은 그 동안 한국 사회가, 국민 의식이 얼마나 성숙해졌는지 보여준다. 지난 일을 가지고 괜히 시끄럽게 만들지 말라는 그 시대의 말들이 여성, 아이,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얼마나 고통에 시름하게 만들었는지 2018년의 우리는 알고 있으며(물론 현재에도 그렇게 말하는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지 못한 약자에 대한 감성이 없는 어리석은 자들과 공존하고 있지만), 지금의 성숙함이 쉬이 갖게 된 게 아님을 영화는 짚어주고 있다.


본격적으로 재판에 돌입되기 시작하면서 조금더 새로운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원고 측에서 재판을 돕던 시민 단체 사람들과 13명의 변호인단이다. 할머니들의 한맺힌 외침에 마음 아파하며 그들의 재판을 돕는 일본인말이다.

양심있는 일본인


독자께서는 어쩌면 이 단어에서 묘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일제의 만행을 상세하게 알리는 글들을 우리는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런 글들과 그 속의 잔인함에 일본에 대한 반감이 없는 한국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양심은 국적, 인종, 성별을 가리지 않는 진실에 눈을 감아버리면 안 된다. 위안부에 대한 보상과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소송을 진행하려는 사무실에 돌을 던지는 한국인과 그들을 위해 같이 행진을 하는 일본인을 보면서 옳음과 그름, 선과 악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느냐로 판단하라고 말하는 듯 했다.


최근 폐막된 칸느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전 세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화를 국가의 선전도구로 쓰이는 현 일본 정부의 행태에 대해 동의하지 않음을 말하고, 일본의 현존하는 영원한 노벨문학상 후보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역사를 수정하려는 일본 우익의 형태에서 점잖게 옳지 않다 말한다. '양심있는 일본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어울리지 않는가?


영화를 보면서 아주 반가운 배우님들이 많이 나왔다. 뷰티 인사이드에서 극의 차분함을 유지해 주신 문숙 님, 영화 박열에서 일본 검사 다테마스 역을 맡아 박열을 변호했던 일본인인 줄 알았던 김준한 님, 반대편에서 박열에게 누명을 씌운 미즈노 역의 김인우 님, 괄괄한 부산여장부의 포스를 보여준 김선영 님. 극을 이끌어 가는 김희애 님과 김해숙 님 못지 않게 존재감을 보여주며 극을 균형있게 잘 지탱해주셨다.

그리고 작은 분량이지만 특별출연 해 주신 한지민 님과 이유영 님. 두 분은 현재 한국 영화계에서 주인공을 맡을 만큼의 위치에 있는 배우이시지만, 영화가 가진 의미를 깊이 이해하셔서 출연해 주심에 감동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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