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가야 했을까?

영화 몬태나. 황량한 광야를 가로 지르는 이들.

by 서영

이들은 아주 기이한 동행이다.

죽음을 앞둔 늙은 인디언 추장, 그의 딸과 사위, 손자와 손녀.
곧 제대를 앞둔 전쟁영웅 대위, 그와 오랜기간 전쟁을 누비며 살아남은 전우, 육사 출신 엘리트 중위, 노련한 흑인 병장, 갓 차출된 프랑스 출신 이등병.

20여 년의 군복무를 마치며 제대를 앞두고 있는 전쟁영웅 블로커 대위(크리스찬 베일 분)는 한때 적수였던 인디언 추장 옐로우 호크(웨스 스투디 분)의 암 발병으로 인해 그와 그의 식솔을 호위하여 부족의 성지를 향해 가게된다. 둘은 과거에 전장에서 서로의 전우를 죽이며 각자의 사명을 위해 싸우던 사이. 가는 도중 죽이지 않을까란 짐작을 떠올리게 하는 동행이다.


생사를 거는 미묘한 기싸움으로 유지되던 여로에 예상치 못하게 한 여인이 끼어든다. 영화 첫 장면에서 가족이 사나운 다른 인디언 종족에게 몰살당한 퀘이드 부인(로자먼드 파이크 분). 백인에게 패하여 영토와 자주권을 잃은 인디언과 그들을 무력으로 굴복시킨 군인과 인디언에게 가족을 몰살당한 백인 여성의 동행이 시작되면서 각 인물들의 마음 안에 이전과 다른 감정이 떠오른다.


영화는 아주 건조하다. 서부극이라고 하기에는 조용하고 정적이며, 배경이 황량한 황야이기에 마치 고행을 하는 성직자의 성지순례길 같다. 리더인 대위는 밤에 잠들기 전에 시저를 읽는다. 갑자기 동행하게 된 아름다운 백인 여성을 군인들 어느 누구도 탐욕적으로 보지 않는다. 죽음을 앞둔 초로의 추장은 이따금 아스라히 침잔되는 눈빛만을 보여주고, 가족의 피로 범벅이 된 여인에게 옷을 빌려주는 인디언 여인의 친절을 거절하지 않고 고맙게 받았던 백인 여인은 어린 소녀와 소년에게 미소지어 주며 혼란함을 다스린다. 이렇게 다들 조용히 각자의 삶 속 무게에서 오는 마음속 의문에 대해 생각하며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


사람은 아주 쉽게 죽는다. 총을 탕~하고 쏴서 맞으면 즉사를 하거나 과다출혈로 사망한다. 송장은 천에 둘둘 말려 나귀에 싣는 짐이 되며, 극히 낮은 확률로 숨이 붙어 마을에 도착할 때까지 버티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책에서 읽었던 인간의 존엄성 어쩌구, 공존이 어쩌구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내가 살기 위해 나의 구역을 지키기 위해 침략하고 약탈하고 죽인다. 도덕, 배려, 양심은 길가의 풀떼기보다 못하다. 그렇기에 내키는대로 살인을 한 자신을 합리화하고 너 또한 나와 같은 살인을 하지 않았냐며 행위만으로 신념을 위해 싸우고 죽인 모두를 뒤집어 씌운다.


이런 혼란함 속에서 각자는 각자의 결론에 도달하고 행한다. 옳다 그르다 할 수 없이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안타깝게 때로는 초연하게 받아들인다. 어떠한 영화보다도 메말랐지만 어떠한 영화보다도 경건한 영화였다.


사족

1. 영화의 원제는 Hostiles이다. 사전을 찾아보니 '적대하는'이란 뜻이었다.

2. 횡설수설 프랑스인의 영어를 하는 이등병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을 때는 배우의 변신이 참 경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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