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 속 자유를 꿈꾸다.

밍코의 앞마당 산책기

by 서영

1층 할머니께서 밍코를 데려가신 것을 알게 된 이후로 가끔 간식을 사 들고 찾아갔다. 도도한 샴이가 츄르에 넘어가 본체만체 하던 나를 츄르 주는 사람으로 인지하여 슬렁슬렁 다가오기 시작했다. 샴이를 포함하여 누나 형들이 츄르를 탐닉하는 동안, 밍코는 한 발 물러서서 얌전히 앉아있었다. 츄르를 빠는 둥 마는 둥 하고 나서 휙 뒤돌아 앉아 창 밖으로 자기가 살던 앞마당을 바라본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모습이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중풍이 오셔서 잘 걷지 못 하셨다. 그래서 생의 마지막 몇 년은 집안에서 화장실만 오가시며 보내셨다. 그러다 날씨가 풀리는 봄에는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오후에 창가 베란다에 앉아 아파트 앞마당을 쳐다보셨다. 평생 농사를 지으며 활동적으로 살아오신 할아버지의 노후는 상자갑 같은 아파트에 갇혀 사는 것이었다. 그 뒷모습이 날개를 다쳐 날 수 없게 된 새와 같아서 참 슬퍼보였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다시 보지 않을 줄 알았던 그 뒷모습을 밍코에게서 보았다. 할머니는 한숨을 쉬시며 베란다 청소를 할 때 밍코가 자주 창 밖으로 뛰쳐나간다고 알려주셨다.


결국은 산책을 시키기로 마음 먹었다.


원래 고양이는 산책을 하면 안 되는 동물이라고 하지만, 생명체인지라 각각의 특성이 있기에 나는 멋대로 밍코를 산책냥이라고 정의하고 동네 동물용품 가게에 갔다. 덩치가 큰 밍코에게 맞을지 고민이 되었지만, 과감하게 하네스를 샀고 열심히 녹색창을 검색해서 고양이 산책에 대한 지식을 습득해갔다. 할머니와 시간을 맞추다 보니 미얀마로 출국하는 날 오전에서야 시간이 났다. 살짝 긴장하며 밍코의 몸에 하네스를 채웠다. 인터넷에서 본 바에 의하면 처음 하네스를 찬 고양이는 얼어붙어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하네스를 차는 습관을 슬슬 들인 다음 밖으로 나가라고 써 있었다. 다행히 하네스가 밍코의 몸에 딱 맞았다. 채우자마자 베란다를 평소처럼 슬슬 걸어 다닌다. 우와와와와와~ 바로 앞마당에 나갈 수 있겠다!


밍코를 안고 현관문을 여는데, 평소처럼 발버둥 치지 않는다. 우리 똑똑한 밍코는 알고 있었다. 내가 자기를 데리고 밖에 나가려는 걸. 아파트 입구에 도달하기도 전에 내려달라 몸부림 쳐서 내려놓으니 후다닥 현관 계단을 내려간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자기가 살던 화단으로 날렵하게 뛰어들어간다. 1년만의 바깥이다. 우선 흙바닥에 뒹굴뒹굴거리며 털을 더럽히다 풀을 뜯어 먹는다. 내가 하네스를 당기니 다시 바닥을 뒹굴거린다. 격한 움직임에 내가 줄 끝을 놓치니 이 때다 싶어 바로 아파트 건물 틈새로 쌩하니 달려서 거미줄에 먼지 구덩이 속으로 쏙 들어갔다. 간신히 하네스 끝을 잡아 먼지 구덩이에서 끄집어 냈다. 그런데 이번에는 카악~하고 토를 한다. 아까 뜯어 먹었던 풀이다. 아아아~ 멘붕이다. 이런 경우는 상상도 못 했다.


이 때부터 밍코와 나의 신경전이 시작되었다. 밍코의 주둥이가 바닥을 향할 때마다 나는 격하게 하네스를 잡아 당겼고, 오랜만의 탐색을 자주 방해 받자 밍코는 나를 향해 으르렁대기 시작했으며 더불어 흙바닥에 뒹굴거리고 계속 건물 틈새로 들어가려고 했다. 결국 1시간이 되기도 전에 나는 밍코를 데리고 들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고양이는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날카롭게 울어대며 엄청난 힘으로 발버둥쳐서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려는 나의 품에 뛰쳐나와 다시 화단으로 도망갔다. 내가 다가가자 격하게 하악다. 결국 베란다에서 밍코의 산책을 구경하시던 할머니께서 나설 수 밖에 없었다.


베란다로 넣어줘요.


들어가기 싫어 발버둥치며 하악대는 밍코를 억지로 잡아서 베란다 사이로 넣어드렸다. 한 달 동안 못 볼 텐데, 우리의 마지막은 화가 나서 하악대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먼지 구덩이와 흙바닥을 뒹굴거려 더러워진 밍코의 뒷감당은 1층 할머니의 몫이었다.


캐리어를 싸 들고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과연 내가 잘 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시작된 행위라도 그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음을 다시금 뼈저리게 느꼈다. 내가 오늘 밍코에게 해 준 것은 과연 누굴 위한 것인가 고민되었다. 난 지금도 가고 싶은 나라로 여행을 가는 자유로움을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데, 창 밖을 바라보던 밍코의 마음을 얼마나 헤아릴 수 있을까... 어쭙잖은 배려가 상대를 더 다치게 할 수 있음을 밍코는 울부짖음으로 나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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