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에 대한 추격의 끝

진실에 접근하는 자, 그 무게를 견딜 수 있겠는가? 영화 우상

by 서영

배우 한석규.

90년대에 학생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잊을 수 없는 배우이다. 쉬리, 접속, 8월의 크리스마스 등과 같이 그 짧았던 10여년의 기간 동안 내놓았던 작품의 상당수가 명작으로 일컬어지는 시대를 관통하는 배우였다. 상대역이었던 김윤진(쉬리), 전도연(접속), 심은하(8월의 크리스마스) 또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명배우이자 전설로 남았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2000년대에 들어서 차츰 작품활동이 뜸해지다 2010년 대에 드문드문 작품활동을 하시지만, 여전히 멋진 연기를 보여주고 계시기에 이 영화 시사회 안내 메일을 받자마자 신청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는 여러 상황에서 비슷한 연출을 자주 보여준다. 두 인물이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있으며 한 명이 말과 행동으로 의사표현을 하지만 건너편의 다른 인물은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 한다. 철저한 단절을 보여준뒤 결국 서로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상태가 되어서야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관객도 듣게 해 준다. 이 의미는 영화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서 내용을 곱씹을 때가 되어서 알았다. 내가 직접 보지도 겪지도 못 한 것들은 진실이 무엇인지 접근할 수 없으며 온전히 타인의 말에 의지해야 한다는 것을.


정치인 구준회와 대척점에 있는 인물은 철물점 주인 유중식(설경구 분)으로 못 배우고 험하게 살아왔으나 맹목적인 면이 있는 인물로 표현된다. 흔히 힘 있는 정치인 가해자와 돈도 빽도 없는 노동자 피해자의 구도가 만들어지면 강자가 나쁘며 약자가 정의롭다 연상된다. 초반 진행을 보면서 무의식적으로 이러한 관점에 갇혀 보고 있었으나 중반에 들어가며 '련화'(천우희 분)라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때부터 조금씩 관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건의 시발점은 그들의 자식들이 일으켰으며 두 아버지는 진실이 무엇인지 알지 못 하는 사건의 변두리에 위치한 제 3자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진실을 향해 각자의 방법으로 걸어가고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자신의 추악함과 어두움을 합리화하며 모른 척 한다.


두 아버지는 모두 무결하지 않다.

각자의 방식으로 판도를 바꾸려고 노력하지만, 이는 결국 자신을 위한 것이다. 그래서 중심에는 진실이 무엇인가에 대해 집요할 수 밖에 없다. 진실을 먼저 손에 넣는 자가 판도를 장악하기에 먼저 도달하고자 아귀같이 덤벼들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진실의 퍼즐을 다 맞추어 가는 순간, 스스로가 견딜 수 없음을 느껴버린 잔인함에 결국 외면해 버렸다. 그렇지, 이것이 삶이지.


사람은 인생에서 무수한 과오를 저지르며 살아간다. 완전무결한 성인군자가 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켠에는 스스로를 좋은 사람으로 포장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어, 이를 배반하는 자신의 추악함이 타인에게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무서워한다. 자신을 우상화시켜 사람들의 지지와 돈으로 변환하여 살아가는 삶, 이에 대한 한 편의 우화를 보여주는 영화 우상이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첫 번째로 주요 인물들의 대사 전달력이 떨어졌다. 웅얼웅얼 말하거나 옌변 사투리를 심하게 써서 대사가 이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극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많이 힘들었다. 캐릭터성과 대사 전달성의 균형을 맞추는 데 좀더 연구가 필요하다 느꼈다. 두 번째로는 의미 있는 인물의 수가 많은데 효율적으로 비중을 조절하지 못 했다. 내용 진행에 있어 의미가 있다 여겨졌던 인물이 후반부로 갈 수록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변해버렸다. 스토리의 집중을 위해 인물의 재배열이 필요하다 여겨졌다.


무엇보다 19금이어도 잔인하다 여겨질 장면이 많아 관객분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시는 것이 좋다. 잔잔한 일상 영화를 좋아하는 나의 취향에서는 조금 보기 힘든 장면들도 있었다. 그러나 천우희 배우의 연기가 놀라웠기에 다음 출연작은 그냥 선택해서 보자라는 마음이 생겨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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