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xtener Feb 28. 2021

나는 어떤 사람일까

채사장, 「열 한 계단」


여행하는 사람 vs. 우물을 파는 사람


‘여행하는 영혼’들은 자본주의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우물을 파는 영혼’인 척 행동한다. 부모도 사회도 국가도 ‘우물을 파는’ 전문가가 되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아무도 왜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지, 왜 평생을 소진하여 하나의 분야에 매달려야 하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는 효율성 때문이다. 산업화의 본질은 기계화와 분업이고, 노동자는 일에 대해 전체적인 전망을 가질 필요 없이 특정 분야에 숙달되어 있으면 충분하다. 전문성을 요구하는 이유는 노동의 주체로서 인간을 고려하기 때문이 아니라 전체 생산량 증대 때문이다.
날개를 스스로 꺾은 채 우물을 파내려 가는 부모의 뒷모습은 자녀가 자신의 날개를 스스로 꺾어야 할 당위와 필연을 제공한다. 한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은 우리를 먹고살게 하고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게 하며 사회를 발전시킬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노동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온 것이 아니다.


책만 본 사람 vs. 현실에 적응한 사람


책만 본 사람들에게는 세상이 쉽다. 현실에 이리저리 치이는 다른 사람들은 나약한 것이며 자신이 그들을 가르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당황하면 자신의 나약함을 부정하고 타인의 잘못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 선과 도덕과 정의를 강조하는 사람이 된다.
현실에 적응하기만 한 사람들의 한계는 자신에게 너무 너그럽다는 것이다. 이들은 세상이 어렵다는 걸 잘 알아서 문제에 봉착했을 때 타협과 조율을 통해서만 문제를 봉합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들은 선과 도덕을 하찮게 여기고, 모든 것을 손익으로 판단한다.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 vs. 의심하는 사람


생각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세계의 복잡성을 받아들일 만큼 유연하지 않은 사람일수록 근거에 집착한다. 특정 주장이 오래 보류되는 것을 견디지 못해 근거의 유무로 진위가 판단되길 기대하는 것이다.
우리는 의심해야 한다. 왜 지금 내 앞에서 신에 대한 순종을 말하는지, 왜 국가에 대한 복종을 말하는지, 왜 내게 겸손하고 절제하는 도덕적인 삶을 살라고 강조하는지, 그러한 강요를 통해 자신들은 무엇을 얻고 싶어 하는 것인지에 대해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저 생존한 사람 vs. 내 삶을 살아온 사람


“출항과 동시에 사나운 폭풍에 밀려 같은 자리에서 표류한 선원을 항해를 마친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그저 오랜 시간 떠 있었을 뿐이다. 그렇기에 노년의 무성한 백발과 깊은 주름을 보고 그가 오랜 인생을 살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는 인생을 산 것이 아니라 그저 오래 생존한 것일지 모른다.” (세네카)


난 그저 '빠르기' 보다는 '바르기'를 바라며,

크게 '성공'하기보다는 계속 '성장'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객님은 영리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