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가키 에미코, 「퇴사하겠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놀랄 만큼 똑같았다. “아깝지 않아?” 대체 뭐가?
일이 반드시 회사는 아닐 것이다. 회사만이 인생은 아닐 것이다.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편이 좋을 수도, 반대로 그만두는 편이 좋을 수도 있다. 어떤 상황이든 결정하는 것은 나 자신이며, 중요한 것은 그 결단을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있으면 편리한 것’들은 ‘없으면 불편한 것’들로 바뀌고, 어느덧 ‘없으면 못 사는 것’들로 변한다. 마치 수많은 튜브를 달고 살아가는 중환자 같은 모습이다. 목숨을 부지할 수는 있지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다.
많은 월급과 좋은 대우에 익숙해지면 거기서 벗어나는 것은 점점 힘들어진다. 가진 것들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사이 인생은 공포와 불안의 지배를 받게 된다.
적당한 선에서 만족한다는 것은 의외로 어려운 일이다. 평범한 시선으로 보면 사장까지는 못 가더라도 부장 정도면 만족스럽지 않겠나 싶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가지 못한 자리에 동기나 후배가 가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사람 마음에 깊은 상처를 준다.
여행을 떠남으로써 사람은 비로소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된다는 건 쓴 것도 슬픈 것도 모두 삼키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단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중 중요한 것은 여행을 끝내는 것이다. 여행은 언젠가 끝이 난다. 그걸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정년이란 어디까지나 회사가 임의로 구분한 물리적 시기에 지나지 않는다. 제2의 인생이라고 부르는 퇴사 이후의 삶은 덤으로 얻은 것도, 이류 인생도 아니다. 회사를 다닐 때가 황금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사람의 인생에 본편과 부록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모든 시간이 소중한 내 인생인 것이다.
어쩌면 행복이란 노력 끝에 찾아오는 게 아니라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