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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을 쓰게 된 이유

일상과 비일상을 통한 이야기 조각

by 미앞

사실 익명의 누군가의 일상과 비일상이 궁금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당연히 나라는 존재를 누군지 모르니까. 한편으론 이 점이 더욱 흥미를 자극하는 포인트지 않을까 싶었다. 직업상의 이유로 생활패턴이 오피스 근무하는 직장인들과는 다르기 때문에, 여기에 집에만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까지 더해지게 된다면 조금은 더 호기심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점점이 공감하는 점들이 생겨나 나의 삶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고, 사람들과의 이야깃거리로 씨앗을 심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가설에 가설을 이어가다 쓰게 된 나의 생활 속 이야기. 일상과 비일상의 만남이다.


일상과 비일상 속에서 얻어가는 다양한 인풋을 모아보면 순간마다 공통된 키워드들이 떠오른다. 그 순간마다를 이야기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게 된다. 그렇게 순간들을 머릿속에 혹은 메모장에 기록해 두었다가 사람들과 함께 대화거리로 활용하는데 그러면 또 다른 인풋이 얹여서 쌓이고 쌓여 알찬 이야깃거리가 탄생하게 된다.


난 그런 대화거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 좋다. 뿌듯하고 설레고 기대되는 과정이다. 그래서 일상과 비일상 속에서 떠오르는 주제를 메모하고, 수많은 경험들을 하나하나 기록하며 스크랩해서 정리하고 글로 남겨본다. 그만큼 다채로운 경험과 만남이 이뤄져야 할 수 있는 일들이고, 끊임없이 생각에 생각의 꼬리를 물고 물어서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다.


조금 더 익명인 나를 소개를 해보자면, 어쩌면 일상으로 통틀어 얘기할 수 있음에도 일상과 비일상을 나누는 이유는 스케줄 근무라는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인데. 리테일이라는 환경에서 근무를 하게 되면서 스케줄 근무가 나와 정말 잘 맞는 생활패턴이란 걸 깨닫게 되었다. 이전에는 9 to 6이자 재택근무의 삶이었다. 마치 구렁에 빠진 듯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가 사라진, 나만의 공간과 시간이 없었던 때가 있었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일상은 Work Life 전체를 의미하고 비일상은 Personal Life를 뜻한다. 물론, 나의 개인적인 정의이다.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가 무너졌다는 건 결국 워라밸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삶에서 벗어나 리테일이라는 곳에서 스케줄 근무를 하게 된 나의 새로운 업무환경은 찬란한 빛과 같은 기회였다. 이전의 똑같은 일상에서 경험한 지겹고 통제할 수 없는 시간들로 인한 갑갑함이 컸던 탓이다. 북적이지 않을 때 은행을 갈 수도 있고, 아플 때 바로 병원을 찾아갈 수도 없었던 날들, 이제는 주 5일을 출근하지만 매주 출근하는 요일과 시간까지 다르기 때문에 그때마다 내 일정에 맞춰 선택적으로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누군가는 오히려 통제할 수 없는 근무 환경이라고 생각하는 스케줄 근무이지만, 나의 성격상 3일 일하고 1일 쉬는 것이든, 오전에 출근하거나 오후에 출근하거나든 모두 나에게는 틈틈이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겨진다.


그렇게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가 유연하기 때문에 여유롭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경험한다. 특히, 전시가 그렇다. 평일 오전엔 전시장에서 대관하듯 전시를 오로지 혼자 관람할 때도 있다. 그만큼 작품을 자세하게 눈여겨볼 수 있고 천천히 음미하듯 즐길 수 있다. 그러한 경험이 쌓여 또 다른 아이디어와 생각이 글쓰기를 자극하게 한다.


누군가도 나와 같은 스케줄 근무 환경에서 그만의 바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공통점은 유연하다는 것이고, 속속히 들여다보면 일상일 때, 비일상일 때 모든 순간이 다르다. 하루도 같지 않기 때문에 나의 생활이 정말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일상 속의 나는, 열정적이고 꼼꼼한 스타일의 워커홀릭 같다. 내 생각만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팀원들이 동의하는 바이고 공통되게 나를 표현해 주는 단어들이다. 그래서 일상에서 경험하는 것은 조금은 더 진취적이고 조금은 더 날카로울 때가 있다. 그런 상황과 밸런스를 맞춰 주는 것이 비일상 속의 나다. 비일상 속의 나는 역시나 바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경험함으로써 바쁘다. 하루가 48시간처럼 일상보다 비일상일 때 더 스케줄이 빡빡하기도. 비일상의 나는 취미 부자이자 여행가다. 달리기, 독서, 글쓰기, 클라이밍, 영화 보기, 수영, 전시관람하기, 콘서트 가서 뛰놀기 등 흔한 주류 취미이지만 세부 장르가 다양하다. 그래서 더욱 바쁘다. 이처럼 일상과 비일상의 나는 항상 바쁜데, 그 바쁜 순간들 속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흥미진진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기록하고 싶었다. 틈틈이 손글씨로 노트에 적기도 하고, 주기적으로 일기와 다양한 아이디어를 블로그에 끄적이기도 한다. 차곡차곡 쌓아가는 나만의 이야기이다. 이제는 일상적인 흐름을 적는 것을 넘어 글쓰기다운 글쓰기로 성장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일상과 비일상 속 생각을 더 깊이 있게 조합해서 하나의 글쓰기 작품으로 완성시키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작가가 되고 싶다.


일상과 비일상 구분을 하지만, 사실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다. 일상 속에서 떠오른 주제가 때때로 비일상과 연결되어 알찬 인풋이 되어 글쓰기가 완성되기도 한다. 일상 때로는 비일상에서 마주한 순간들을 간직하며, 특별한 삶을 사는 익명의 누군가의 삶을 엿보며 삶의 자극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에게 나의 삶이 이야기 조각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글을 쓴다.


그렇게 일상, 비일상이 탄생했고, 나만의 대화거리가 누군가에게도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길 바라며. 일상과 비일상의 삶을 즐기는 다채로운 삶을 사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일상, 비일상의 만남]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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