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물을 세상에 내보낼 때
우리는 종종 아티스트의 인터뷰 속에서 영감의 원천을 공유받는다. 이를테면, '어릴 적부터 오아시스(Oasis)의 곡을 듣고 기타 연습을 하며 따라 불렀어요', '영화 <OOO>를 보고 영감을 받아 작사를 했어요', '인상 깊은 대사가 머릿속에 맴돌아 노래 가사로 만들었죠' 등등 어느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작품이 탄생하게 되는, 어쩌면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공유된 영감의 원천은 대게 '패러디' 혹은 존경의 의미를 담은 '오마주'로 표현되어 건전한 저작권의 범위 내에 창작물로서 인정을 받게 된다.
하나의 창작물을 만들어 가는 과정 중에서 이전에 발견된 혹은 창작된 작품들을 따라 해 보고, 더 나아가 나만의 것을 덧붙이는 그러한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은유시인이자 혁명가 같은 기질의 가수 이승윤의 어느 인터뷰(보그코리아 2021년 3월호)를 통해 그만의 창작의 역사를 알게 되었다. 위대하다고 기억되는 밴드, 가수의 곡을 베껴 연습하는 것이었다. 그것으로부터 창작이 시작된다고 했다. 배우며, 따라 하면서 점차 나의 색을 입히고 나만의 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창작'이라는 활동을 위해 필요한 연습이다. 오마주를 하고 창의력을 더해 새로운 색을 입는 것. 창작의 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베낀다는 건 온전히 나의 것은 아니기에 세상에 나올 때는 '창작'이라는 단어에 걸맞은 것인지 저작권을 고려해야 한다. 저작권에 대한 인지를 기반으로 과연 이 작품은 순수하게 나의 것이 맞을지, 혹은 도움을 받았다면 이를 명시하고 있는지. 한 번쯤은 스스로를 의심하고 객관 하는 판단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럼 저작권에 대한 권리를 인식하지 못하고 일명 '몰랐어요'로 공유되고 있는 창작물들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 2019년 방영했던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 여기서 엿보았던 출판업계의 흐름과 작가들의 만남. 물론 드라마 설정임을 가정하면 허구와 과장이 있다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어느 시인의 삶이었다. 문학계에 입단하고 시인으로서의 삶은 현실적으로 고난의 연속임을 보여줬고, 무엇보다 저작권에 대한 무지를 보여주는 이야기가 담겼다. 그의 시는 인터넷에 옮겨지고 옮겨져 시집을 구매하지 않아도 공유되는 만인의 작품이 되었다. 그러한 현실적인 면에 부닥치며 궁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시인의 삶. 끝은 비극이었고 때문에 더욱 여운에 짙게 남았다. '시'라는 창작물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한 게시물 공유. 다만, 그 친근한 방법이 어쩌면 저작권에 대한 이해의 부재에서 나타나는 부주의한 행동은 아닐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이 장면을 본 뒤 시집을 종종 사게 된다. 소설이나 긴 글을 복사 붙여 넣기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과연 시와 같이 짧고 쉽게 퍼서 나르기 좋은, 가끔은 무감각해지는 저작권에 속하는 작품들은 있지 않은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영감을 공유하는 방법은 점점 다 다양한 채널과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단순히 글과 사진을 퍼 나르는 행위를 넘어서 동의되지 않은 창작물을 나의 것으로 덧씌워 공유하고, 원작자가 누구인지 조차 찾기 어려울 정도로 바이럴 되는 현상을 보면서 안타깝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어쩌면 누군가에게 이러한 행위는 영감을 공유하는 단순히 기록용은 아닐지 다른 관점으로도 고민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기록용으로 캡처하고 아카이빙하며 나만의 SNS 공간에 모아둔 것들 또한 어쩌면 영감을 공유하는 방법 중에 하나인데, 과연 이것은 저작권에 속하는 것일까?
여기서 중요한 건 '창작물'이라는 인식에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정보를 저장하는 기록의 용도라고 한다면 창작물과는 거리가 있을 것이다. 세상에 나의 작품이라고 내보내는 지금의 글 과는 다르게.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창작물의 개념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이름을 걸고 나의 것이라고 당당하게 공유할 수 있는 무엇이 맞는지. 단순한 영감 공유용이 아니라 받은 영감을 나의 것으로 표현해 세상에 내보내는 창작물인가 하는 성찰의 시간 말이다. 어쩌면 한 끗 차이로 목에 걸면 목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수 있는 모호한 범주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무엇보다 스스로가 영감을 단순 공유하는 것인지, 혹은 나만의 생각과 상상, 창의력을 가미해 창작을 한 것인지 되물어 보는 태도로 세상에 공유해야 할 것이다.
창작물을 보호하기 위한, 끊임없이 창작되어 가는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한 작은 행동 중에 하나가 이러한 저작권에 대한 인지와 이해에서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글을 작성하고 있는 나 또한, 여러 정보와 영감을 통해 글을 쓰며 나만의 창작물을 만들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때마다 생각해야 하는 것은 이것은 과연 저작권을 고려한 것인지, 패러디인가 오마주인가 또한 어디서 어떤 정보를 공유한 것인가 글에 담은 조각들에 대한 생각을 함께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