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어린 시절, 종교에 의지했던 때가 있었다.
만신창이인 몸을 이성만으로 버텼다면 이미 수십번은 미쳤을 것이다.
무언가 요구하고 소망하는 종교는 그저 인간의 욕심일 뿐이다. 하지만 내가 그때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낫게 해주세요, 살려주세요 따위의 기도 뿐이었다.
가끔, 이렇게 열심히 교회에 나가는데, 기도도 꾸준히 하는데 왜 이러냐고 철없는 기도를 한 기억도 있다.
특히 너무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 목사에게 내가 왜 이렇게 아프냐고, 왜 낫지 않느냐고 물었다.
'너의 믿음이 부족해서 그래'
창 밖 너머로 보이는 십자가를 산산조각내고 싶다.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