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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랑 Nov 24. 2019

#16_고통3

살려주세요.

상처가 깊어질 수록, 통증도 점점 커진다.


가장 심할 때가 몇 번 있었다.


약 2년 간, 앉고 누울 때 닿는 모든 부분이 상처로 덮였다. 


책을 읽기 위해 책상 앞에 앉으면 의자에 깔아놓은 수건은 피로 물들었다. 


때론 피에 젖은 상처와 수건이 말라서 붙어버렸다.


간신히 엉덩이 끝만 걸치고 앉거나 의자의 등받이를 책상쪽으로 돌리고 의자 위에 무릎을 꿇고 공부를 했다.


잠을 잘 때는 윗몸일으키기를 할 때 처럼 다리를 세워야 했다.


하지만 엉덩이와 등까지 상처가 번졌고, 곧 엎드리거나 새우처럼 옆으로 누워야 잠들 수 있었다.


이불은 항상 핏자국이 번져 있었다, 아니 떡져 있었다. 


엉장진창이 된 상처였지만 여전히 가려웠다. 


아토피로 인한 가려움과 상처가 아무는 가려움이 십자포화로 몸 구석구석을 강타할 때면, 원자폭탄이 터지는 것처럼 내 속에서 핵분열이 일어나 끓어오르고, 터질 것만 같았다.


피가 흐르고 진물이 흘렀지만 여전히 가려웠고, 깊어진 상처는 가렵지 않을 때에도 통증을 동반했다. 


몸에 붙은 살 그 자체가 아팠다.


보이지 않는 칼로 예리하게 끊임없이 난도질을 당하는 것만 같았다.


통증은 가끔 뼈가 있는 곳까지 사무쳤고 너무 많은 곳이 동시에 아픈 탓에 두통까지 일으켰다.


가려움과 아픔에 시달리다 보면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이불 위에 누운 후, 아니 엎드린 후에 수 시간을 뒤척이다가 결국 지쳐서 탈진하는 것이 잠에 빠지는 방법이었다.


잠들기 위해 누워서 염불을 외듯 무한히 중얼거린 말을 아직도 가끔 반복하곤 한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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