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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랑 Dec 15. 2019

#28_화장품

서랍장 위, 빼곡하게 놓여있는 화장품들. 


아이크림, 넥 크림, 화이트닝 크림, 슬리핑 팩, 마스크 팩, 선크림, 핸드크림, 입욕제.. 각종 효과를 자랑하는 가지각색의 화장품이 편집숍처럼 놓여있다.


항상 쓰는 크림과 로션과 같은 것들은 서너개 뿐이다.


피부가 잠시 좋아질 때면 어리석은 나의 마음은 만신창이가 된 피부를 조금이나마 숨기기 위해, 조금 더 매끈하고 깨끗하게 보이고 싶어 이런저런 기능을 자랑하는 화장품에 관심을 쏟는다. 수십 년 간 사투의 흔적은 지워질 수도, 절대로 완전히 감출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피부가 악화되면, 아니 뒤집어지면 미용 기능에 충실한 화장품들은 내 피부를 헝클어놓는 독극물이 되고 내 방의 인테리어 소품으로 전락해버린다. 


올 가을, 잠시 나아졌을 때에도 이런저런 화장품을 또 질렀다.

그래도 전에는 몇 달 텀은 있었는데, 이번에는 잠깐 좋아질만 하더니 다시 엉망이네.


서너번 쓴 화장품 몇 개는 한 달 넘게 뚜껑이 닫혀있고 나머지는 용기에 비닐조차 뜯지 못했다.


이번에는 유통기한 내에 몇 개나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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