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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으로만 Mar 20. 2024

2024.3.19

이전 일기를 쓴 지 19일만이다. 꾸준히 하는 게 젤 어렵다는 걸 다시금 실감하는 오늘.


갑자기 소집된 직장 내 대학 선후배 모임을 앞두고 현재 내 상태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뭐라고 할까 생각해 보니 떠오른 단어 '시행착오'.


X를 넣으면 Y가 나올까? 아닌가? Z를 넣어야 하나?


끊임없이 자문하고 가설을 세우고, 가설이 맞은 것 같아서 기뻐하다가 이내 또 틀어져버리는 걸 보고 실망하고, 또다른 가설을 세운 후 맞나 틀리나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결과를 열어보고, 다시 또 반복, 또 반복...


나는 그 동안 살면서, 그리고 최근 몇 년간 사업을 하면서 어떤 가설을 세웠고 또 검증해 왔을까?


놀랍게도 '나는 이런 가설을 세웠고 그 가설은 이렇게 검증되었다'고 명시적으로 맺고 끊은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가설과 검증이 매우 중요한 지금도 내 시도들을 전혀 데이터화 하지 않고 있다는 걸 깨달으니 무서울 지경이다.  


지난 3개월 간 쿠팡 광고비 무려 천만원을 쓰고 매출 4백만원에 그치는 참담한 결과를 내는 동안 나는 주문이 좀 들어온다고, 드디어 오랜 재고가 빠져나가고 바닥이 보인다고 콧노래를 부르며 택배를 싸고 위탁 업체에 주문을 넣는 우를 범했다.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주문, 소위 팔릴수록 손해 보는 주문인지도 모르고 나는 주문이 들어오면 기분이 좋아지고 주문이 없으면 다운되는 아주 초보자다운 모습이다, 여전히.


매출에서 광고비를 차감하고 정산해야 하는데 매출이 광고비보다도 적으니 미납액이 생기고 3개월 동안 그렇게 쌓인 미납액이 6백만원을 넘기고서야 나는 문제의식을 갖고 광고를 다시 세팅하고 숫자를 뜯어보기 시작한다. 오늘 이 일기를 쓰기 전까지 나는 그동안 쓴 광고비와 매출액 숫자를 제대로 알지도 못했다. 어드민에서 매출-광고비 차감 내역, 미납액 내역 등이 한 눈에 보이지 않고 액셀 다운도, 복사도 되지 않는 것도 핑계라면 핑계지만, 그보다 현실이 이 지경인지를 이미 눈치채고 할 수 있을 때까지 회피해 온 거다.


그나마 지난번 쿠팡 MD와 줌 미팅에서 조언을 받아 광고비만 많이 먹던 AI스마트 광고 대신 매출 최적화 광고로 돌리고, 캠페인 1개에 상품 1개 넣는 방식도 광고비 과다의 원인이라 판단되어 모두 끄고 실물 재고가 있는 상품을 한 캠페인에 때려넣는 것으로 바꿨다. 과연 광고비는 줄었으나 수익율은 이제 겨우 50%. 어쨌거나 광고 상품을 바꿔 넣은지 이제 9일 지났으니 좀 더 두고 보기로 한다.


장사 시작하고 이렇게 큰 돈을 날려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월세를 내는 것도 아니고, 상품이나 부자재 사는 데 쓰는 돈 외에는 써 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실체 없는 비용이 나가니 뼈가 아프다. 몇몇 강의를 들을 때도 조금씩 실망은 해도 완전 돈 날렸다 싶은 건 없었는데 이번에는 많이 아프다.


CPC의 무서움을 모르고 겁없이 덤벼든 댓가다. 쿠팡 광고를 마스터하기 위한 수업료였다고 포장하고 싶지는 않다. 아직 마스터 발끝도 못 갔고 스스로 정당화하는 것 같아서 내가 보기에도 너무 뻔뻔하기 때문이다.


이제 커트러리 리뷰도 준비가 다 되었고 광고를 돌릴 준비가 되었건만 전철을 밟을까 무서워 집행하기가 두렵다. 재고 상품으로 연습을 어느 정도 해 보고 그 경험으로 커트러리 판매를 성공시킨다는 게 내 계획이었는데 역시 생각대로 되지는 않는다.


그 동안 어떻게 질문을 해야 할 지 몰라 미루고 있었는데 내일은 쿠팡 광고를 알려준 강사에게도 메일을 보내고 MD에게도 리뷰가 준비되었음을 알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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