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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2013)

by 로로

여기 또 하나 있네.

본 시리즈 액션 흉내 내다가 잡탕 만들어 먹었다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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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 돌리다가 2013년 공유 주연의 <용의자>를 하길래 검색해보니 한국 액션 영화 치고는 평론가들의 평도 좋고 '한국 액션 영화의 새로운 지평'이라고 마구 띄워주길래 그냥 계속 보았다. 이런 후회막심을 하게 될 것을 예감했음에도...


액션은 할리우드의 독창적인 액션 스타일을 창조한 '본 시리즈'를 고스란히 베낀 것인데 사운드까지도 어찌 그리 고스란히 베꼈는지 보는 내내 내가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내가 만든 것도 아닌데 왜 내 얼굴이 화끈거리는지.... 참)


그런데 이런 철판 흉내 때문에 후회막심한 것이 아니다. 그 '철판 흉내'가 이 영화의 거의 유일한 장점이란 점 때문이다. '본 시리즈' 이후 할리우드이든 어디든 너도 나도 그 액션과 편집을 차용해 왔다. <용의자>의 중반까지의 액션은 어떻게 그리 잘 베꼈는지 진심 어린 찬사를 보내고 싶다.


흥행 아이템인 북한 특수부대 요원 이야기에 신파조 스토리를 결합한 것도 이 정도 큰 예산을 들였으면 영화 대중의 입맛에 맞추어야 하니 좀 울렁거려도 꾹 참고 이해하려고 한다. 그런데 베꼈으면 겸손하게 베껴야지 몇몇 군데 오버를 덕지덕지 만들어 황당 모드가 되는가 하면 액션의 기본적인 타임라인도 엉망으로 흩어지고, 스토리는 걷잡을 수 없이 난삽해지고... 클라이맥스에 공유가 잡혀 나오는 장면을 전후한 장면을 보면서는 중국음식 '잡탕 요리'가 TV 스크린을 뚫고 불쑥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그래도 꿋꿋하게 영화를 끝까지 본 이유는 나는 이미 2시간 가까이 시간을 투자한 베린 몸이니 다른 사람에게라도 이 사실을 책임 있게 알려야 할 역사적 사명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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