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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마르크스>(2017)

라울 펙

by 로로

개봉한지 40일이 되었는데 전국 관객이 6천 명이 채 안되는 영화 <청년 마르크스>.


간혹 눈시울을 훔치면서 이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커다란 감동 때문이라기 보다 감독이 추구한 집요한 정확성 때문이다.


라울 펙 감독의 대표작인 다큐멘터리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가 미국 흑인 운동사에 서로 결이 다른 마틴 루서 킹, 맬컴 엑스, 메드가 에버스에 대해서 날카롭게 매스를 들이대며 반추했다면, <청년 마르크스>는 '공산당선언'이 탄생하기 까지의 과정을 냉정하게 천착하고 있다.


물론 간략하게 처리되기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의 마르크스의 생각이나 사상을 한치의 타협도 없기 정확하게 표출시킨다. 영화적 감동이나 표현을 위해 두루뭉스리 넘어가지 않는다.


마르크스 뿐만 아니라 그의 친구 엥겔스, 아내 예니, 엥겔스의 아내 메리 번스, 넘어서야 했던 푸르동과 바이틀링에 대한 인물 묘사도 매우 섬세하다. 한가지 인상적인 장면은 마르크스가 중요한 결정을 하기 위해 식사 후 아내와 함께 가사노동자를 불러 논의한 다음 그들이 있는 자리에서 먼저 일어서며 접시를 치우려는 장면이다. 정말 그랬을까 조금은 의심스럽다. 이는 예니와 메리 번스의 당당한 모습과 함께 마르크스를 21세기로 끌어오기 위한 '해석'이 가미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영화는 보고 나서 앞뒤전후를 잘 설명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세계의 어떤 언론이나 대학이나 교수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상가를 꼽으라면 그 첫번째에 항상 이름을 올리는 마르크스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최소한의 관심을 기울이려면 이 영화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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