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 션샤인>(2004)

미셸 공드리

by 로로

[사랑은 기억을 먹으며 생존한다]


BBC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6위에 <이터널 션샤인>이 올려진 것은 의외였다. 내 기억에는 깔끔한 각본의 잘 만들어진 '애정 영화' 정도로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재미있게 봤어도 <러브스토리>를 20세기 100대 영화에 올려놓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이 의문을 풀기 위해서 영화를 다시 찾아볼 수밖에 없었다.


"흠결 없는 처녀 사제는 얼마나 행복한가!

세상은 그녀를 잊고 그녀는 세상을 잊어가네.

티끌 없는 마음의 영원한 햇살이여!

기도는 허락되지만 소망은 내려놓는구나"


18세기 영국 시인 알렉산더 포프의 시이다.


여기서 영화 제목을 따왔다.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티끌 없는 마음의 영원한 햇살이여!)


내 기억 속에 남겨진 '잘 짜여진 각본의 애정'은 이 영화 속에서는 사라지고 파괴되는 기억을 통해서만 재현되고 있었다. 함께 나눈 사랑의 기억이 파괴되는 과정을 묘사하면서 온전한 러브스토리를 구성하다니. 참 오묘하다.


이 영화가 많은 영화 평론가나 감독들에게 최고의 영화의 하나로 선택된 이유는 21세기 수많은 영화에서 다뤄지고 있는 인간의 두뇌, 기억, 꿈 들의 장면들을 매우 뛰어나게 영상화시켜 하나의 텍스트로 만들어주었기 때문인 듯이 보였다. 한편 감독 미셀 공드리가 이 영화 이외에 별로 주목할만한 영화를 만들지 못한 것은 아마도 이 영화가 저평가되는 데에 일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약간은 엽기적인 캐릭터 케이트 윈슬렛과 마지막 한 조각 사랑의 기억을 남기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짐 캐리의 연기는 이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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