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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Oct 05. 2020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아르놀트 하우저

자기 소개를 하는 어떤 프로그램에서 가장 감명 깊게 읽거나 자신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의 제목을 써내라고 한 적이 있었다. 특별히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서 그 순간에 이리저리 생각을 해보았다. 그런 후에 적어 낸 것이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였다. 방대한 저서이고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얄라셩영화연구회'에 들어갔을 때 선배들이 추천해서 전집 네 권 중 마지막 책인 4권 '자연주의와 인상주의 영화의 시대'로 세미나를 했다. 그후 나는 1~4권을 모두 통독했다. 방대한 지식이 담겨 있어서 제대로 읽으려면 시시때때로 다른 책을 들쳐보아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이 왜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나? 마르크스의 다른 저서도 아니고. 레닌의 저서도 아니고. 그 이유는 이 책이 내가 새로운 세계관으로 진입하게 된 첫번째 책이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주의자인 저자는 문학과 예술을 역사의 한가운데로 옮겨와서 유물론적 입장에서 예술사를 재구성했다. 단순히 기계적인 유물론이 아니라 예술의 내적인 논리에 대해서는 세밀하게 천착하였기에 비맑스주의자들에게도 호평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은 내가 읽은 첫번째 맑스주의 책이었다.


이 책이 나에게 큰 영향을 준 이유는 또 하나가 있다. 나는 중고등학교 때 일명 고전이라고 불리는 문학작품이나 철학서 등을 많이 읽었다. 특히 실존주의 철학이나 문학,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등에 심취했었다. 그러나 사실 뭤도 모르고 읽은 것이었다. 아르놀트 하우저의 이 책을 읽으므로서 나는 내가 중고등학교 때 읽은 많은 책들을 나의 삶 속에 올바르게 끼워넣을 수가 있었다. 비로소 나의 독서는 방향을 잡았고, 그동안 읽었던 많은 책들이 나의 내면의 책꽂이에 정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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