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잡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로 Oct 05. 2020

기독교의 생명력

어떤 이에게는 글쓰기가 취미이거나 직업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생존이거나 투쟁이다.

블라디미르 일리치의 글이 여전히 매력적인 이유는

그의 모든 글이 치열한 싸움의 한복판에서 쓰여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의 글은 당시 역사적 상황, 그것도 아주 구체적인 상황을 모르면 제대로 읽을 수가 없다.

그렇기에 그는 여유롭게 제대로 완결성 있는 철학 책 하나 남기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바울의 글이 그렇다.

그의 글을 자세히 보면 얼마나 긴박한 상황에서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쓴 글인지를 알 수가 있다.

그 상황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는 1917년을 전후한 상황보다는 

훨씬 파악하기 어렵고 흐릿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글에는 상황적 절박함이 깃들어 있다.


사실 4복음서 또한 마찬가지이다.

각각의 공동체가 직면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몸부림에서 나온 문서들이다.

세상만사를 둘어보며 여유롭게 쓴 글이 아니란 뜻이다.


그렇기에 이런 글들을 모아서 경전으로 삼는 기독교는 매력적이다.

그리고 기독교의 생명력과 힘은 바로 거기서 나온다.


교회는 끊임없이 그 생명력을 죽이려고 했지만

삶과 생존의 문제에 얽혀 성서를 읽는 사람들에 의해

그 생명력은 불쑥불쑥 튀쳐 나와

바울이나 4복음서 저자(혹은 공동체)가 직면했던

상황적 긴박함으로 맥을 이어준다.

매거진의 이전글 잡문1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