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 젠킨스
영화를 본 직후 가장 먼저 나는 아카데미상 수상식의 해프닝 장면을 유튜브에서 찾아보았다. 작품상 수상작으로 '라라랜드'가 발표되어 수상 소감이 3명까지 진행 된 후에 갑자기 발표가 잘못되었다면서 '문라이트'로 작품상 수상자가 바뀐 희대의 해프닝.
아무래도 나는 이것이 아카데미의 이번 작품상 선택의 의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연출된 해프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확한 내막을 알 길은 없으나 나는 이것이 연출된 해프닝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예측할 수 있는 소란은 미미했고, 수상 소감까지 이미 발표한 '라라랜드' 제작자의 여유있는 대응은 믿기 어려웠다. 어찌되었든...
우리나라에서 <문라이트>를 재미있게 볼 사람은 아주 극소수일 것이다. <라라랜드> 관객이 350만을 넘었지만 <문라이트>는 20만을 넘기기 어려워보인다. 하지만 아카데미의 이번 선택은 트럼프에 대항하는 정치적 발언이기도 하겠지만 더 깊고 폭넓은 의미를 가진다. 흑인이 만들고 흑인만이 등장하는 흑인의 이야기, 이슬람 교도인 주연 배우, 성정체성을 확인해 가는 흑인 동성애자의 성장기. 게다가 연출은 관객에게 친절하지도 않고 세심하지도 않다. 거친 단절과 공백들이 생각의 공간들을 열어주지만 이런 걸 누가 쉽게 반기겠는가? 게다가 주인공은 소년 때나 어른이 되었을 때가 한 대 쥐어박고 싶을 만큼 말을 안하는 답답한 성격.
그런데 이런 불편함과 답답함을 견디며 감독이 만들어 놓은 거친 단면들에 감정을 찢기면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삶'이 가슴 가득히 차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