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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Sep 30. 2021

<해피엔드>(2017)

미카엘 하네케


[은밀하게 쌓인 퇴적물에서 분출되는 돌발적 폭력]


속편은 아니지만 등장하는 배우가 같다. 환경과 상황은 다르지만 스토리의 특정한 지점이 유사하다. 죽음을 향한 발걸음이라는 주제의식도 동일하다. 이런 류의 영화를 일컫는 용어가 있을까? 없다면 하나쯤 만들어볼까? '하네케식 시리얼'이라고.


미카엘 하네케의 영화 <아무르>(2012)와 <해피엔드>(2017)이 그러한 류이다. <아무르>에서 늙은 아버지 역은 장-루이 크린티냥이고 그의 딸은 이자벨 위페르이다. 이러한 배역은 <해피엔드>에서 그대로 재현된다. 물론 두 영화에서 각 사람의 캐릭터는 다르다. <아무르>에서 사려 깊은 은퇴한 지식인은 <해피엔드>에서 더 이상 할 일이 없는 고약한 성격의 부유한 기업가가 된다. 그런데 하네케는 이 두 인물이 '동종 인물'이라고 관객에게 은밀히 알려준다. 두 인물 모두 아내의 병 수발을 들다가 베개로 질식사시켰다. <아무르>에서는 그 장면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고 <해피엔드>에서는 손녀에게만 몰래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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