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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Oct 09. 2020

나비효과

"참 멋지다."


0.506127 대신에 0.506123을 입력하니 

엄청난 기상 변화가 온다니.

그래서 베이징의 나비 한 마리 날갯짓이

뉴욕을 강타하는 허리케인이 된다니.

이렇게 멋진 이름을 붙여놓은 로렌츠는 기억 못 해도

나비효과란 말은 희수의 뇌리에도 콕 박혀있네.


"웃긴다.

나비효과를 

기억한다는 것이."


독재자를 찬양하는 시인의 한 구절이

폭압에 죽어나간 생명들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자본가 한 명에게 내려진 판사의 솜방망이가

산재로 스러진 수많은 노동자의 생명에 

아무 책임이 없다고 보는 사회에서.


"아마 

정신 나갔다고 

하겠지."


내 자식이라도 어떻게 좀 해보겠다고 무한경쟁에 밀어 넣는 것은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린 소년소녀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면.

내 재산 좀 굴려보겠다고 요리조리 해보는 것이

어떤 사람들을 삶의 끝자락으로 내몰아

거리에서 나뒹굴게 한다고 되뇌면.


"그래. 

나는

나비효과 

마니아다!"


"아예 

미친놈 

취급하겠지."


내가 좀 힐끔거리고 시시덕거리는 것이

뉴스에 까발려진 성폭력 사건의 배후라고 말한다면.

그냥 눈알 한번 딴 데로 돌리고 슬쩍 피해 간 것이

소수자들을 향한 사회적 폭력의 지렛대라고 웅얼거리면.


"그래. 

나는 

나비효과 

사이코다!"


"그리고

또한

'잎새 효과'를

몽상한다."


저기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어

세상이 그나마 지옥보다는 나은 것이라고.

그들의 가녀린 날갯짓 덕에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라고.


"오늘 밤에도 

어딘가에서 

헤어진 작은 날개로

바람이 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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