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잡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로 Oct 18. 2020

양비론은 늘 맞다

1.

당연한 일이다. 대립되는 두 세력이나 주장이 있을 때 어느 한쪽이 100% 맞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니 양측의 주장의 장단점을 모두 소화하려는 노력은 높이 사야 한다.


2.

양비론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주장을 펴는 사람의 의도 때문이다. 양비론을 펼치면서 실제로는 어느 한쪽을 교묘히 편들거나, 논점을 흐리려는 욕망이 표출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양비론의 '주장'은 늘 틀리다. 진정한 양비론은 그냥 침묵이다.


3.

대립되는 두 주장에 대해서 본래 51% 정도로 한쪽의 입장에 서 있던 사람도 날카로운 논란에 휩쓸려 몇 차례 치고받고 나면 으레 100% 주장으로 바뀐다. 어쩔 수 없다. 네이버의 영화 별점이 대부분 1 아니면 10으로 몰리는 것도 그런 연유이다. 대부분의 게시판에서 평가는 딱 '좋아요'와 '나빠요' 밖에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중간에 뭐가 있어봐야 별로 소용이 없다. 어떤 논란에 참여하는 사람은 그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에 자연히 극단으로 치우치게 마련이다. 논쟁의 전선에서 100%의 주장을 펼치더라도 본래 자신의 생각은 51%였다는 것을 상기하고 성찰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어쩌면 그것은 그 논란의 상처와 잔해 속에서만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4.

상대방의 한쪽 끝에는 늘 만만한 먹잇감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먹잇감만을 즐겨 시식하는 분들은 순간의 감칠맛을 즐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자기 자신도 망가질뿐더러 함께 히히대는 주변 사람들까지 망가트린다.


5.

다시 양비론으로 돌아와서... 양비론이 늘 맞지만 그것을 주장하는 것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서로 다른 주장의 결렬한 부딪힘이다. 그 과정이 파괴의 과정이 아니라 생산의 과정이 되기를 바란다.


6.

마지막으로... 어떤 주장을 펼칠 때는 자신의 합리적이고 세련된 주장의 뒤에는 늘 그 주장의 단순화 버전을 등에 업고 설쳐댈 사람들이 누구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어떤 때는 그 세력이 실제 사회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어마 무시한 힘을 발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잡문1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