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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Nov 10. 2020

<마틴 에덴>(2019)

피에트로 마르첼로

1909년에 발표된 미국의 노동자 출신 사회주의 작가 잭런던의 자전적 소설 <마틴 에덴>을 20세기 중반의 모호한 시간으로 끌어온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의 2019년 영화 <마틴 에덴>은 감당하기 힘들 만큼 풍성하다. 작가를 꿈꾸는 한 노동자의 실패와 좌설, 의지와 성공, 사랑과 갈등, 계급적 충돌과 그 속에서 돋아나는 사회주의와 개인주의의 치열한 얽힘 등 내러티브만으로도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낡은 흑백필름의 아카이브 푸티지를 활용하여 영화에 생동감과 리얼리티를 부여하고,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시간적 설정을 모호하게 만들어 20세기의 역사성 전체를 하나의 용광로에 녹여 놓았다. 주인공 마틴 에덴은 스펜서의 사회진화론에 크게 영향을 받으면서 자신의 계급적 기반으로 인해 사회주의와 친밀하지만 그것이 가진 집단주의를 비판하고 개인주의를 옹호하며 무정부주의와 니체의 위버멘쉬 철학을 내면화한다.


감독 피에트로 마르첼로는 40세의 나이에 (자살로 생각되는) 죽음을 맞이한 원작자 잭 런던의 삶 자체와 그의 자전적 소설 <마틴 에덴>을 적절히 결합시켜 작가로서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20세기의 격렬한 계급적 대립과 파국적인 전쟁의 소용돌이로 점차 빠져드는 사회적 배경 속에서, 독보적인 그래서 어딘가에도 안착할 수 없는 마틴 에덴의 위태롭게 흔들리는 정체성을 영상으로 담아냈다. 아울러 잭 런던의 한계로 지목되는 마초적 여성관을 영화 속에서도 그대로 노출시켜 원작이나 원작자를 굳이 미화하려는 시도를 보이지 않고 사회적 리얼리즘에 충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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