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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Sep 26. 2021

인간은 누구의 장난감?

강신주의 <철학 VS 철학>은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책이다. 특히나 철학사로서 흔히 보이는 밋밋한 나열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과 주장이 선명해서 좋다. 스피노자와 니체를 유독 좋아하는 그의 편파성도 매력이다.


그런데 중간에 '애완견'이라는 말이 나왔다. 처음에는 약간의 사소한 부주의 때문이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반려견'이라는 말 대신에 '애완견'이란 단어를 고집하는 것은 그의 입장이었다. 사람에게 편리하게 개를 훈련시켜서 사람을 즐기게 만드는 것이므로 '애완'이 적절하다는 주장이다.

약간 어의 상실이다.


그의 주장이 맞는다고 치자. 사람을 위해서 개를 훈련시키고 개종하여 가지고 노는 것이니 애완견이라고 치자. 그런데 '철학'을 한다면서 그것을 왜 '사람'에게는 적용치 못하는지 어리둥절하다. 사람은 무려 10~20년을 조련당한다. 신의 장난감인지, 아니면 '사회'의 장난감인지, 어쨋든 튀지 않고 순응하도록 훈련된다. 동물 중에서 가장 긴 기간을 그렇게 조련된다. 그러면서 자유의지가 있다고 한다. 애완견은 자유의지가 없고!


쩝!

그래도 그의 책은 장점이 많아 계속 읽을 생각은 있다.

하지만 그의 '철학함'에 약간의 실망감은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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