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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Oct 28. 2021

변방 문화의 승리

-오징어가이상 현상

일본에서는 문화 창작자들이 먹고살만 하다. 영화감독이든, 소설가든, 만화가든, 하다못해 포르노든 그것을 소비해주는 적절한 규모의 인구를 가지고 있기에 큰 욕심 없이 자신의 세계를 깊숙히 파고든다. 거기에 섬나라라는 지정학적인 요인까지 겹쳐서 특유의 히키코모리(ひきこもり) 문화를 만들어낸다. 밖에서 보기에는 괴이하기 이를데 없는 문화적 뒤틀림이 생긴다. 일본 문화를 폄훼하는 말이 아니다. 이런 조건이기에 세계 어디에서도 흉내내기 힘든 독창적인 콘텐츠를 폭포처럼 쏟아낸다. 쿠엔틴 타란티노나 박찬욱을 매료시키는 것이 그런 것들이다.


그중 어떤 것들은 태평양을 건너가 헐리우드식 보편화의 소재가 된다. 거칠고 뒤틀린 것들이 멀쑥하게 분장하여 세계 시장에 팔린다. 뻔한 예측가능성과 선과 악의 분명한 구분 등 헐리우드식 분장은 그저 그런류로 상품화될 뿐이다.


여기에 반도라는 지정학적 조건에 의해 오랜 역사적 전통을 가진 '변방' 문화가 끼어든다. 받아들이고 다시 변주하여 내보내는 일이 주업무이다. 비좁은 자체 시장은 늘상 성공을 위해 세계를 넘봐야 한다. 과거에는 중국의 변방이요, 오늘엔 미국의 변방이 될 것이다. 여기서도 절대 '변방'이란 말로 그것을 폄훼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아주 다양하고 날카로운 변주의 칼날을 갈고 닦아 왔다.


그 칼날의 번득임에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3편까지 보는 것으로 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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