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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Jan 09. 2022

<자산어보>

- 세상을 등지고 짱뚱어와 눈 맞추다

이준익의 빈틈없는 웰메이드, 그리고 흐트리기 힘든 정돈된 도덕적 감성이 기실 나에게는 그리 살갑지 않아 굳이 찾아보지는 않았다. 그래도 되돌아보니 <박열>, <동주>, <사도>, <라디오스타>, <왕의 남자>, <황산벌> 등 총총히 따라온 셈이다.(<소원>은 기회가 되면 한번 찾아보아야겠다.)


요즘 나는 '세월'을 가늠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철들어 50년이고 보니 대략 반세기가 가늠이 되고, 그만큼 다시 거슬러 올라가면 한 세기가 한 으로 잡힌다. 박경리의 <토지>를 접하며 그 한 세기를 몸으로 느껴본다. 이제 그것을 두 으로 늘리면 정약전이 흑산도에 살던 시절을 만나게 된다. 하니 그리 오래된 '세월'도 아닐 성싶다.


정약전의 흑산도가 내게는 이 작은 원룸이 되겠거니 생각해본다. 그럼 약전의 짱뚱어는 내게 무엇일까?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과 씨름하기에는 마음이 너무 헐겁다. 아니 낡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비루하다고 해야 하나. 하기야 성리학이 무슨 죄일까 싶다. 인간의 탐욕과 욕망이 모든 앎을 싸잡아 먹어치우거늘.


내가 이준익을 그리 탐탁히 여기지 않는 이유가 이 영화에도 여지없이 배어 있다. 눈물 짜내는(사실 나도 눈물이 찔끔했지만) 약전의 마지막 필설이 그러하고, 또 그 파랑새는 웬 생뚱인가? 이준익은 조금만 더 "멋이 없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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