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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Jan 15. 2022

<웨스트 사이트 스토리>(2021)

-무엇을 덧붙였나?

셰익스피어의 영원한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그것을 현대판으로 기가 막히게 뽑아낸 로버트 와이즈 감독의 1961년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무엇을 덧붙일 것이 있다고 스필버그가 리메이크를 했을까 하는 것이 못내 궁금해서 내가 좋아하지 않는 뮤지컬 장르이건만 개봉 3일 만에 홀영을 감행했다.


스필버그답게 결코 실망시키지는 않았다는 점 말고는 특별히 새로워진 것은 없었다. 스필버그가 무엇인가를 변형하거나 새롭게 조명하려 한 것이라기보다는 영화 전체가 어쩌면 셰익스피어와 로버트 와이즈(<사운드 오브 뮤직>의 감독)에 대한 '오마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업그레이드된 점을 찾자면 두 그룹의 깡패 놈들이 그저 허공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사회적 약자로 묘사된다는 점과 젠더 감수성을 살포시 끼워 넣었다는 점일 것이다.


그렇지만 별 것도 아닌 엔딩에서 눈물이 찔끔하는 것은 순전히 나이 든 탓일 것이다. 그래 그렇게 찔끔하게 만드는 것이 사실 왕성한 호르몬에서 분비되는 신기루요, 아지랑이요, 무지개 일터인데... 그 '사랑'이란 것 말이다. 어쩌면 이 영화에서 처럼 오직 그 신기루만이 인류를 구원할 희망일지도 모른다 그 말이요.


따지고 보면 빛의 장난질이다. 신기루가 그렇고, 아지랑이가 그렇고, 무지개 또한 그럴 터. 하지만 인간은 그 장난질에 매달려서 생을 활발히 드나든다. 우주에 모든 것이 다 상대적이지만 오직 유일하게 절대적인 것이 있다면 그것은 빛의 속도라는 것이 과학이 밝힌 사실일진대, 그 절대자 빛이 인간을 아스라이 속여서는 노래하고 춤추고 또 죽게도 만든다.


(사족 - 빛의 속임수, 그 찰나의 감각, 젊은날의 '사랑'이라는 절대자가 나에게 남긴 잊지못할 느낌을 되살릴 기운이 없다면 아마도 그때가 삶을 마감할 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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