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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Jan 17. 2022

미야자키 하야오  <바람이 분다>(2017)

-'사랑'으로 분칠한 군국주의

군국주의 찬양 논란 속에 하야오 명성에 걸맞지 않게 국내 관객 10만 턱걸이, 이게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처럼 밋밋한 러브스토리를 일본인들이 떼거지로 몰려들어 1천만 관객을 훌쩍 넘었다는 사실이 충격을 준다. (일본은 우리처럼 한 영화에 떼거지로 몰려드는 현상은 드물다.)


한 젊은이가 기술이나 비행에 대한 꿈을 치열하게 성취해 나가는 과정도 기실 이 영화의 초점이 아니다. 어설픈 신파조의 러브스토리도 무덤의 회칠에 불과하다. 다른 하야오의 영화에 비해 가장 별 볼 일 없는 이 영화에 일본인들이 열광한 것은 결국 서양 적국에게 공포감을 안겨준 일본정신의 승리, 그 자부심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 영화가 직접적으로 군국주의나 침략주의를 드러내지는 않는다.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을 회피한다. 그 회피가 더욱 이 영화에서 불순함을 느끼게 한다. 바로 이웃 나라를 식민지 삼아 수탈에 여념이 없으면서도 이 영화에는 찰나의 눈빛도 보내지 않는다. 그러면서 "일본은 가난한 나라라서..."라는 대사가 세 번 정확히 반복된다. 이것이 하야오의 역사인식이다.


하야오가 일본의 평화헌법 수정에 반대해 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과거의 군국주의를 반성하는 것일까? 이 문제에 해답을 얻으려면 하야오의 다른 모든 영화에 메스를 대야 한다.


여기서는 개념적인 문제의식만 던져 놓겠다. 하야오 영화 전편에 흐르는 "민속"주의는 궁극적으로 일본 정신, 일본 민족주의(그것은 곧 무사 정신에 물든 팽창적 민족우월주의)에 맞닿아 있다.


하야오 영화 전편에 흐르는 선과 악의 모호함(이것이 서양 영화평론가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이긴 하지만)과 절충주의 타협주의적인 결말은 결국 민속의 무취한 성격에 쉽게 일본식 민족주의를 덧씌울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을 제공한다.


위의 두 가지 뜬구름 잡는 문제제기는 다른 기회에 상술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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