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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Dec 01. 2021

'너'와 '나'는 왜 이리 가까운가?

- 점 하나 차이로 골탕 먹은 이야기

내가 백제시대의 사람을 만나면 말이 통할까?

모르긴 몰라도 대충 통했을 것이다.

'한글'이 아니라 '우리말'의 역사에 대해서는 통 배운 것이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이에 대해서는 특별히 교육받은 바가 없는 듯하다.

어찌 되었든 우리말은 아주 오랫동안 우리의 삶을 지배했다.

'말'이 인간의 사고와 삶에 침투하여 그것을 반영하고 동시에 그것을 주무른다는 사실은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요즘 예전에 인쇄된 책을 스캔받아서 OCR로 텍스트화 된 것을 다시 대충 교정하는 작업을 한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골탕을 먹는 것이 '점'이다.

'이'와 '어'와 '아'가 간혹 잘못 인식되며, 가장 빈번한 오인식은 '을'과 '울', '를'과 '룰'이다.

그런데 이런 것을 혹여 내가 잡아내지 못하더라도 독자가 어느 정도는 뜻을 이해하는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런데 자주 중요한 것이 OCR을 통할 때 오인식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이 바로 '나'와 '너'이다.

이것은 글의 뜻을 바꿔버린다.

바뀌어도 조금 틀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상반되는 의미가 돼버린다.

결코 대충 넘어가기가 힘들다.

'내'과 '네'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다가 이런 생각이 미쳤다.

아니, 우리말은 왜 '나'와 '너'가 이렇게 가깝단 말인가?

I와 You, '와타시'와 '오마에', Ich와 Du, Je와 Tu, 등등

다른 나라의 말에서는 확연히 구분이 된다.

그런데 유독 우리말에서는 너무 근친하여 잘못 인식되는 곤경을 피할 수가 없다.

하물며 '나'와  '남'까지도 유사하다.

어찌하여 이 반도의 언어는 1인칭과 2인칭을 이토록 구분하기 어렵게 불러왔던가?

이것이 우리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을까?

자본주의와 함께 개인주의가 휩쓸고 간 다음에라야 이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마는 적어도 선조들에게는 나름 생각과 인식과 판단과 그리고 삶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괜히 생각해본다.


어쩌면 '나'와 '너'는 점 하나 차이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점 하나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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