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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Feb 18. 2022

박경리의 <토지>

- 월선의 죽음

박경리의 <토지>를 윌라 오디오북으로 듣는다. 전문 성우들에 의해 라디오극처럼 연출이 되어 있다. 경상도, 전라도, 함경도 사투리가 맛깔스럽게 귀에 감겨온다. 이제 대략 2/5쯤 들었을 것이다.


월선이 죽었다.


박경리가 묘사한 월선의 인물형은 매우 특이하다. 아니 유별나다고 할까? <토지>의 인물들은 그의 심성이 곱든 아니든 하나같이 그가 처한 환경, 계급, 인간관계 등에 의해 모가 나고 뒤틀린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서희, 길상, 용이, 환 등 주요 인물도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단 한 명 월선만은 예외이다. 그는 등장인물 누구보다도 고단하고 꼬인 인생살이를 했다. 그러나 그녀는 <토지>의 등장인물 중 가장 '인간적'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한다면 '인간적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녀의 심성은 그 어떤 환경 속에서도 흠집이 나거나 뒤틀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초인적이다.


박경리는 월선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를 전후하여 아주 긴 분량을 할애했다. 그만큼 공력이 들었다는 말이다. 어머니가 사실상 없는 서희도 길상이도 간혹 어머니처럼 생각이 되었다는 월선이란 존재는 박경리가 묘사하는 인간군상에서 어떤 위상을 차지하는가? 좀 더 들어볼 일이다.


(* <토지>를 들으며 한 가지 불만이 있다. 주요 인물들은 하나같이 아주 빼어나거나 준수한 외모를 가진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 참. 너무 외모지상주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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