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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최후의 밤>(2018)

비간

by 로로


"그 여자만 나타나면

난 알 수 있다.

또 꿈속이라는 걸

사람은 그게 꿈인 걸 알면

유체이탈처럼

영혼이 떠다니는 걸 경험한다.

난 꿈꾸는 동안 늘 의심한다.

내 몸이 수소로 된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내 기억력은

돌로 만든게 틀림없다."


비간 감독, 탕 웨이 주연의 <지구 최후의 밤> 또는 <밤으로의 긴 여로> (Long Day's Journey Into Night, 2018)>의 첫 대사.


중국어 제목은 왜 이리 촌그러운가 했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너그럽게 봐줄 수가 있고, 영어 제목은 유진 오닐의 대표작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이 또한 수긍이 간다.


놀랍고 황홀하고 미몽에 빠지고

독창적이고 음습하고 아름다운...

역대 최고의 감독들을 섭렵한 것으로 보이는 영화.

허우적거리는 꿈과

스쳐가는 이미지만 남아 있는 사랑과

그리고 그 뒤켠에 도사린

21세기 중국의 현실에 대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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