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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Mar 29. 2022

<파워 오브 도그>

- 제인 캠피온, 2021

많은 황소가 나를 에워싸며 바산의 힘센 소들이 나를 둘러쌌으며
내게 그 입을 벌림이 찢으며 부르짖는 사자 같으니이다
나는 물 같이 쏟아졌으며 내 모든 뼈는 어그러졌으며
내 마음은 밀랍 같아서 내 속에서 녹았으며
내 힘이 말라 질그릇 조각 같고 내 혀가 입천장에 붙었나이다
주께서 또 나를 죽음의 진토 속에 두셨나이다
개들이 나를 에워쌌으며 악한 무리가 나를 둘러 내 수족을 찔렀나이다
내가 내 모든 뼈를 셀 수 있나이다 그들이 나를 주목하여 보고
내 겉옷을 나누며 속옷을 제비 뽑나이다
여호와여 멀리 하지 마옵소서 나의 힘이시여 속히 나를 도우소서
내 생명을 칼에서 건지시며 내 유일한 것을 개의 세력에서 구하소서

구약성서의 시편 22편의 한 구절이다.

마지막 문장의 "개의 세력"이 영화 <파워 오브 도그>의 제목이 된다.

2022년 아카데미 작품상은 <파워 오브 도그>가 차지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만큼 제인 캠피온의 <파워 오브 도그>는 완벽한 영화였다.

연출, 연기, 플롯, 주제의식 등 모든 면에서 영화 역사상 가장 완성도 높은 영화의 반열에 오르리라 생각했기에 그랬다.


그러나 2022년 아카데미상은 2016년 <문 라이트>의 작품상 수상 이후 제법 칸느영화제 수준으로 올라가던 것이 다시 할리우드 감상주의로 눈을 돌려버렸다. 물론 작품상을 수상한 <코다> 역시 훌륭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재미있고 감상적"이다. 그러나 <파워 오브 도그>와는 비견되지 못하는 영화다.


갈가리 찢기고 흩어지는 '사랑', 아니 여기서는 '그 어떤 감정'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합할지도 모른다. 단순하고 고요한 가운데 그 감정의 곡선들이 교차하면서 빚어내는 격렬한 불꽃. 그리고 반전이라면 반전이랄 수 있는 예상치 못한 결말. 나약함 속에 숨겨진 칼날 같은 예리함과 그 단호함.

"내 유일한 것을 개의 세력에서 구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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