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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Jun 21. 2022

50년 만에 접한 <이방인>

윌라 오디오북으로 카뮈의 <이방인>을 들었다. 얼마만일까? 꼽아보았다. 내가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아버지가 나에게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을 사다 주었다. 그때 여동생에게는 <개구쟁이 나일등>을 누나에게는 <안네의 일기>을 사주었던 것까지 기억이 난다. 그 후 지드, 헤세 등을 비롯한 그 시절 '삼중당문고'로 나오는 소설들을 읽었다. 아마도 그때쯤 카뮈의 <이방인>도 읽었을 것이다.


읽었다는 사실만을 기억할 뿐 그 내용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지금도 쉽게 이해하기 힘든 '실존주의'를 통째로 삶아 넣은 카뮈의 <이방인>을 중학생이 읽었다면 제대로 이해했을 리는 만무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그 내용 하나하나가 나의 기억에 남아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방인>의 뿜어내는 그 특유의 분위기까지 생생하게 기억에서 다시 살아났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근 50년 만인데 말이다. 카뮈의 <페스트>는 그 스토리가 분명한지라 지금도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다.


이런 것을 체험하면서 중학교 시절의 독서가 어떤 형태로 현재의 나를 만들어냈을까 반추해보게 된다. 그것들은 나의 뇌의 한 구석에 어떤 모습으로 틀어박혀서 나의 잠재의식을 건드려왔을까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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