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2023
영화의 마지막에 크레디트 화면이 나올 때에야 이 영화가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영화라는 것을 알았다. 링클레이터 감독은 1995년 <비포 선라이즈> 이후 정확히 9년마다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를 등장시켜 2004년 <비포 선셋>, 2013년 <비포 미드나잇>을 만들어 세계적인 관심과 평가를 받았다. (2022년에는 4번째 영화가 만들어져야 할 연도여서 손꼽아 기다렸지만 애석하게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또한 2014년의 <보이후드>는 앞으로 수십 년이 흘러도 여전히 역사상 최고의 영화 100편에는 꼭 들 만한 영화이다. 링클레이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다.
그런데 사실 <히트 맨>은 그저 깔끔한 연출에, 흥미로운 스토리로 이루어진 웰메이드 영화 그 이상은 아니었다. 이런 영화는 보는 동안은 즐겁지만 영화에 대해 특별히 덧붙일 말은 없다. 그리고 몇 달 아니 며칠이 지나면 기억에서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렇더라도 이 영화가 링클레이터 감독의 영화라는 면에서는 약간의 실망감과 함께 뇌리에 남겨질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