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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후드>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2014

by 로로

영국의 마이클 앱티드 감독은 23살에 영국에 사는 7살 아이들의 이야기를 도큐멘터리 <7 Plus Seven>에 담았다. 그 후 56년간 <21 Up>, <28 Up>, <35 Up>, <42 Up>, <49 Up>, <56 Up>, <63 Up> 제목으로 같은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제목의 숫자는 등장인물의 나이이다. 모두 같은 사람들을 다루려고 했지만 피치 못해 사람이 바뀌는 경우도 있었다. 어쨌든 이 시리즈는 영화 역사상 기념비적인 도큐멘터리이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1995년 <비포 선라이즈>, 2004년 <비포 선셋>, 2013년 <비포 미드나잇>을 통해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의 만남과, 극적인 재회와, 중년의 결혼생활을 담았는데, 이 또한 동일한 배우를 18년에 걸쳐 나이를 들어 가는 모습과 함께, 찬란한 낭만이 어떻게 일상의 삶에서 낡아지는 지를 보여준 전무후무한 프로젝트였다.


링클레이터는 이러한 호흡을 즐기는 듯 <보이후드>는 무려 12년의 촬영 기간을 두고 6살의 아이가 18살에 대학에 들어가는 모습까지를 한편의 영화에 담아내는 놀라운 역작을 만들어냈다. 앞서 언급한 두 프로젝트는 사정에 따라 중단을 해도 관계가 없지만 <보이후드>의 경우는 중간에 그만둘 수가 없는 프로젝트이다. 만약에 중간에 주인공인 어린 남매에 어떤 사정이 생긴다면 낭패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링클레이터의 가장 큰 미덕은 연출의 최소화이다. 유명한 감독일수록 자신의 스타일을 한껏 뽐내기 위해 다양한 기교를 부리거나 자기만의 스타일을 눈에 띄게 드러내는 것이 일반적인데 링클레이터는 그런 시도를 하지 않는다. 그저 평범하게 시간의 흐름을 따라간다. 관객을 매료시키거나 현혹하기 위해 극적인 플롯을 구성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2시간 45분에 달하는 이 영화는 관객이 한눈을 팔지 못하게 붙들어맨다. 대단한 위력이다.


이 영화는 일반적인 성장영화가 아니다. 2002년부터 2013년까지의 사회상이기도 하고, '어머니 되기'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아버지 되기'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년의 성장 과정이 도리어 특별한 굴곡이 없이 밋밋하게 다루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누나 역을 맡은 소녀는 링클레이터 감독의 실제 딸인데, 본인이 영화에 나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후반에 갈수록 비중이 줄어들었다고 하는데, 만약에 그렇지 않았다면 영화의 제목이 'Boyhood'가 아니라 'Childhood'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성장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룬다기보다는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룬 영화라고 할 수가 있다.


에단 호크는 워낙 링클레이터 감독과 함께 하는 관계이기에 12년간 이 프로젝트를 이어 가는데 큰 문제가 없었겠지만 어머니 역의 패트리샤 아퀘트도 12년의 삶을 이 영화와 함께 한 것에 찬사를 아끼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영화는 각종 영화상을 휩쓸며 무려 175개의 크고 작은 상을 받았고 까다로운 평론가들로부터도 100점 만점에 100점(메타크리틱스), 97점(로튼토마토)이라는 전무후무한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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