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2023
은퇴를 두 번째로 번복하고 만든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10년 전 첫 번째 은퇴번복 후에 만든 <바람이 분다>가 일본 제국주의를 간접적으로 긍정한다는 구설수에 오른 것에 대한 나름대로의 변명 같은 느낌은 준다. 감독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영화는 하야오 감독의 영화 중 가장 많은 비용을 들인 영화라고 하는 만큼 기존의 매니메이션에서 볼 수 없었던 매우 화려한 특수효과를 많이 도입하였다.
주제를 한 마디로 말하라면 히틀러(여기서 상징적으로 일본 천황이 아니라 히틀러 느낌을 주는 것으로 대치한 것은 천황을 직접적으로 공격하지 못하는 일본인의 한계라고 볼 수밖에 없다)가 기획하는 파시스트 사회를 거부하고 사람들 간의 순수한 관계와 사랑에 기반한 사회를 선택한다는 비교적 단순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내용은 무척이나 복잡하고 갖가지 상징으로 가득 채워져 있어서 많은 평자들로부터 난해하다고 비판받았고 하야오 감독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라고 할 만큼 스토리가 꼬여 있다.
애니메이션은 기존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하야오 특유의 판타지가 아니라 미국 SF영화에서 볼 수 있는 판타지가 많이 섞여 있다. 여러 장면에서 미국 SF영화의 장면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것이 특별한 흠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왠지 좀 낯설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스토리가 난해하고 상징적 장면이 많아서 그 의미를 파악하기가 힘든데, 두 가지만 말하자면 중반에 등장하는 묘지의 정체는 아무런 설명도 없어 그것이 왜 등장하는지 모르겠고, 소년의 방안에 있던 전등에 쓰인 큰 검은색 갓이 전반부에는 등장하다가 마지막 장면에서는 사라지는데 그 이유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하야오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즐거움이었다.
영화 초반에는 방안 가운데 천장의 '갓'이 없다가,
주인공이 아플 때 '갓'이 생겼다가, 영화의 말미에는 다시 사라졌다.
이 갓의 정체는 무엇일까?
일본에서는 사람이 아플 때 이런 갓을 만들어 놓는 것이 하나의 문화적 관습인가?
지하 세계로 내려가서 처음에 만나는 이 묘지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묘지에서 꽤 오랜 시퀀스가 이어지는데 도통 의미를 모르겠다.
묘지의 문에는 "나를 배우면 죽는다"라는 해괴한 글귀가 쓰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