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 폰 트리에
라스 폰 트리에 감독과 친해지기는 참 어렵다.
친해지기는 커녕 그가 새로운 영화를 발표할 때마다
"또 뭐야. 무슨 스트레스를 주려고~"하는 생각이 앞선다.
<어둠 속의 댄서>나 <도그빌>까지는 괜찮다.
힘들기는 해도 보고나면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후 <안티 크라이스트> <님포메니악> <살인마 잭의 집>은 어디까지가 영화이고 어디부터 구역질인지를 시험하는 듯 싶다. 그 경계에 서보고 싶은 사람만이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들킬까봐 몰래 봐야하는 그런 영화다.
2011년 영화 <멜랑콜리아>도 그런 영화려니 하고 그동안 슬금슬금 피해다니다가 우연히 보게 되었다. 굳이 구분하자면 <도그빌> 계열의 영화로 뿌듯한 감동이 밀려온다. 화면에서 눈을 돌리고 싶은 장면도 없다. '우울증'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왠지 세상에 대한 통쾌한 복수로 청량감이 드는 것은 아마도 지구의 생명이 전 우주적 관점에서는 박테리아나 곰팡이에 불과할 것이라는 '우주적 멜랑콜리아'에 동감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