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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문

부끄럼

by 로로

비틀거리며 겨우 반걸음씩

이럴 줄은 정말 몰랐다


그날 밤

텔레그램 단톡방에 누군가의 메시지가 올라왔다

"계엄이 되면..."


열어보지 않았다

순간 짜증이 났다

뭐야 이건


두 번째 메시지가 또 떴다

이번엔 그냥 열어 보았다

그리고 TV를 켰다


고백컨데

그 순간 속으로 환호했다

이렇게 끝나는구나!

괴수

(창피하다 이 근거 없는 낙관주의)


그리고 누구나처럼

줄곧 TV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잽싸게 움직여야 했다

그러지 못했다

만약 국회에서 부결되면

튀어 나갈 준비는 했다


다행히

해제 결의


이제 순탄하게 괴수를 날릴 수 있다고

순진하게 생각했다


까딱 했으면

정말 조금만 저들이 빨랐으면

이 나라는 골로 갔다


국회로 날려간 시민들, 의원들

고맙다

나는

부끄럽다


'이기적'이란 말조차 어울리지 않는

저들 이무기 집단들로 인해

힘겹게 한 걸음씩

당당한 법집행조차

살얼음판 걷듯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어차피 결국엔 승리하겠지만

절망이다

저들의 민낯을

저들의 똥꾸멍을

다 확인한 지금

인간에 대해 절망한다


그러니 더 부끄럽다


남태령


소식을 처음 듣고

또 예전처럼 대치하다가

결국엔 물러설 거라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밤을 새우며

추운 겨울밤을 지킨

그래서 결국에는 뚫은

수많은 젊은이들 이야기를 접했다


"감사합니다"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나는

부끄럽다


이 부끄럼을 안고

남은 생을 살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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