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한강읽기

평행선

<검은 사슴>과 <작별하지 않는다>

by 로로

<검은 사슴>을 읽은 후 가장 최근작인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다. 23년의 간격이 있는 이 두 작품은 묘한 평행선을 이루고 있다.


우선 1인칭 화자가 한강 자신, 혹은 작가의 페르소나이다. <검은 사슴>의 1인칭 화자는 잡지사 기자이고, <작별...>의 화자는 전직 잡지사 기자로 지금은 작가다.


두 작품 모두 기묘한 꿈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 꿈 이야기가 "나"를 괴롭히고 추동한다. 두 작품 모두 작가가 긴급하게 먼 곳을 향해 가는(하나는 강원도 탄광촌, 다른 하나는 제주도) 이야기로 전개된다.


<검은 사슴>에서는 사진 찍기를 그만둔 탄광촌의 사진작가를 만나고, <작별...>에서는 다큐 영화 찍기를 그만둔 친구를 제주에서 접한다. 두 사람 모두 사진과 영화로 진실을 담을 수 없다는 좌절감을 공유하고 있다.


더욱 기묘한 평행선은 그 여행이 모두 나의 의지가 아니라 다른 사람, 보다 간절한 사람의 바람 때문에 이루어지며, 나는 반쯤은 원치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의무감 때문에 움직이게 된다는 점이다. 나로 인해 파생된 문제이지만 이제는 회피하고 싶은 것을 나 대신 그 문제를 떠안은 다른 사람의 갈급한 요청으로 나는 움직이게 된다.


폐광은 두 작품에서 강렬한 역사적 현장으로 다루어지며, 광산에 갇힌 검은 사슴과 <작별하지...>에서의 발굴된 혹은 발굴되지 못한 백골들은 서로 긴밀히 겹쳐진다.


두 소설 모두에서 나는 엄청나게 쏟아진 눈으로 인해 삶과 죽음을 오갈 만큼의 고초를 겪게 된다. 그후에야 나는 어떤 진실과 대면하게 된다.


두 소설 모두에서 사진 혹은 사진 촬영이 중요한 키포인트로 작용한다.


더 많지만 이 정도로 줄인다.




한강은 <검은 사슴>에 나오는 그대로 실제 바다를 사진에 수없이 담았을 것이란 추측이 든다. 바다의 모습을 묘사하는 부분이 유독 두드러지게 많은 편이고, 그 내용도 아주 치밀하여 바다에 대한 각별하고 간절한 느낌을 전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걸 걸고라도 멈추고 싶은" "사적인 작별", 즉 남편과의 작별로 인해 한강이 받았던 괴로움은 <흰>에서도,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도 흰 거즈로 싸매어 숨겨진 채 그러나 너무나 절절히 드러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