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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哀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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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로
Jan 1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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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애가 탔을까?
얼마나 화가 났을까?
이해된다
뭐든 맘대로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곳곳에서 반대 세력이 막아서니
오죽 갑갑했겠니
그 맘 다 안다 알아, 얘야
어마무시한 권력을 꿰찼지만
이 나라 역사상 가장 근소한 차이로 이겼으면
게다가 여소야대라는 한계에서라면
남들 이야기도 들으면서(도사, 법사 말고)
좀 조신하게 했어야 하지 않겠니? 얘야
황당한 사람들에게 덥석덥석 자리 주고
기막힌 짓거리를 할 때마다
우리도 엄청 화났단다, 얘야
그래도 우리는 크게 외치는 일밖에 할 수 없었어
0.73%로 네가 이겼기 때문이지
그러니 감내하며 분을 삭히며 살았단다
어쨌든 넌 국민이 뽑았으니
어쩔 수 없었단다
그런데 말이다. 얘야
턱도 없는 인간들에게 자리를 주고
말도 안되는 정책을 펼칠 때
그런 짓 견제하라고 국민이 야당에게
압도적으로 182석을 만들어 준거야
이게 이해가 안됐니?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잖니?
네가 초콜릿을 한 없이 입속으로 우겨넣으면
엄마가 때찌! 하는 거
그런 거잖아. 얘야
맘대로 주무르던 꽁돈,
물처럼 쓰지 못하게 된 것에
그렇게도 맘이 상했니?
그럴 수 있지. 이해한다 얘야
그렇다고 땡깡을 그런식으로 부리면 되겠니?
네가 아직 어린애여서 봐주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잖니?
엄연히 헌법과 법이 있는데
그래도 너에겐 잘된 일이야, 진심으로!
평생 동안 기껏 법서 몇 권밖에는 읽은 책이 없을 테니
거거서 독서도 하고 술도 끊고 하면
너도 어쩌면 인간이 될 수도 있어
우리는 그런 기적을 버리지 않는단다. 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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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미술로 생을 흡수하고, 무의식으로 생을 탐닉하며, 합리성으로 생의 방벽을 구축한다. 불현듯 '무(無)'에 마주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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