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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문

애가(哀歌)

by 로로

얼마나 애가 탔을까?

얼마나 화가 났을까?

이해된다

뭐든 맘대로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곳곳에서 반대 세력이 막아서니

오죽 갑갑했겠니

그 맘 다 안다 알아, 얘야


어마무시한 권력을 꿰찼지만

이 나라 역사상 가장 근소한 차이로 이겼으면

게다가 여소야대라는 한계에서라면

남들 이야기도 들으면서(도사, 법사 말고)

좀 조신하게 했어야 하지 않겠니? 얘야


황당한 사람들에게 덥석덥석 자리 주고

기막힌 짓거리를 할 때마다

우리도 엄청 화났단다, 얘야


그래도 우리는 크게 외치는 일밖에 할 수 없었어

0.73%로 네가 이겼기 때문이지

그러니 감내하며 분을 삭히며 살았단다

어쨌든 넌 국민이 뽑았으니

어쩔 수 없었단다


그런데 말이다. 얘야

턱도 없는 인간들에게 자리를 주고

말도 안되는 정책을 펼칠 때

그런 짓 견제하라고 국민이 야당에게

압도적으로 182석을 만들어 준거야


이게 이해가 안됐니?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잖니?

네가 초콜릿을 한 없이 입속으로 우겨넣으면

엄마가 때찌! 하는 거

그런 거잖아. 얘야


맘대로 주무르던 꽁돈,

물처럼 쓰지 못하게 된 것에

그렇게도 맘이 상했니?

그럴 수 있지. 이해한다 얘야


그렇다고 땡깡을 그런식으로 부리면 되겠니?

네가 아직 어린애여서 봐주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잖니?

엄연히 헌법과 법이 있는데


그래도 너에겐 잘된 일이야, 진심으로!

평생 동안 기껏 법서 몇 권밖에는 읽은 책이 없을 테니

거거서 독서도 하고 술도 끊고 하면

너도 어쩌면 인간이 될 수도 있어

우리는 그런 기적을 버리지 않는단다. 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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