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실을 향한 파나히 감독의 진행형 고민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가장 최신 영화 <노 베어스>(2022)는 2000년에 만들어진 <써클>과 함께 그의 마스터피스라고 생각된다. 이란 권력의 탄압으로 정상적으로 영화를 만들기 힘든 파나히 감독은 튀르키예와 국경이 맞닿는 시골 구석으로 몰래 스며들어 그곳의 주민들과 함께 영화를 찍었다. <택시>(2015)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서도 파나히 감독은 영화감독인 자기 자신을 그대로 연기한다. 그러니 자연히 다큐적인 느낌을 풍기게 된다.
먼저 영화의 제목이 왜 No Bears일까? 뜻은 간단하다. "곰은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 곰은 공포의 대상이다. 마을 사람들은 어떤 장소에 곰이 있다고 하면서 그곳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일부러 공포를 조장하지만 실재로는 곰이 없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권력이 인위적으로 실제하지 않는 공포를 만들어내는 것이 곰(Bear)인데 그것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가 있다.
<노 베어스>는 파나히 감독이 마을 사람들과 찍는 그들의 삶에 엮여 들어가는 스토리와, 파나히가 인터넷을 통해 원격으로 연출을 하는 영화 속의 영화(액자영화) 스토리가 나란히 전개된다. 두 스토리 모두 경계(국경)를 넘으려고 하는 남녀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고 결국에는 좌절하고 죽음과 자살로 끝을 맺는다. 먹먹한 스토리다.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주제는 매우 폭넓고 깊기에 간단히 이야기하기가 힘들다. 경계의 문제, 전통과 인습의 문제, 거짓과 진실의 문제 등 다양한 논의거리가 숨어 있다. 주인공인 파나히 감독이 주민들의 삶에 얽히게 되는 문제의 사진 즉, 남녀가 나무 밑에서 함께 있는 사진을 찍었는가의 문제는, 영화를 다시 살펴보면 "찰칵"하고 찍은 것이 분명하다. 그것은 진실이다. 그러나 파나히는 그 진실을 숨기고 거짓말을 한다. 여기에 파나히 감독의 고민이 숨어 있다. 있는 그대로의 진실은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럼 진실이란 무엇이며 어떤 형태로 진실은 카메라에 담겨야 하는가 라는 고민.
이 문제는 '영화 속 영화'를 찍던 중 여배우가 파나히 감독에게 항변하는 모습에도 고스란히 노출된다. 그 여배우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인터넷으로 촬영 장면을 보는 파나히 감독에게, 왜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겠다고 약속했으면서 거짓말(구체적으로는 파나히 자신도 모르고 있던 위조 여권)을 했냐고 항의하며 더 이상 영화를 찍을 수 없다고 부르짖는다. 이 장면 또한 파나히 감독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영화가, 카메라가 사실을 담아낸다는 것은 과연 무엇이며 그것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리얼리즘에 대한 파나히 감독의 끝없는 고민과 추구는 아직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