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미소 띤 영정 사진을 마주하고
차마
젖은 눈길을 돌립니다
이제 오열은 잦아들고
웅성거림이 퍼집니다
어쩌면 이렇게
님을 보내야 하는 걸까요
항상 님은 저만치 앞서 걸어갔지요
뉘 보고 따라 오란 말도 없이
겨우 주춤거리며 님을 따라나섰을 때
어느새 님은 모두의 뒤에서
지긋이 보듬어 주었지요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오래 참고
오래 참고...
이 첫 구절부터 가시처럼 목에 걸리건만
님은 참고, 또 참으며
조용히 기다렸지요
늘 그러하듯
사랑은 님을 막다른 길로
또 한 번의 패배로
내몰았지요
하지만 바로 그곳에서 님은 미소 띠며
포효하는 거짓 승리자들을
거뜬히 뛰어넘어
새로운 바리케이드에서
불꽃을 일으키셨지요
아마도 우리는 몰랐던 것이지요
달달한 것으로 생각한 그 사랑의
무게를
님의 미소 속에 녹아있는
엄청난 사랑의 무게를
그 새벽
가물거리는 별빛에 의지해
어둠의 언덕을 홀로 오를 때
누구도 님의 그 발걸음에
작은 불빛 하나를
드리우지 못했네요
뜨거운 눈물과 함께
님이 삼키었을
그 새벽의 마지막 기도를
섣불리
상상해 봅니다
남겨진 이들에게 속삭이는
텅 빈 침묵의 공간을
그 사랑의 무게를
님의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요
그 공백을
누가 가로지를 수 있을까요
님의 미소 없이
우리가 서로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
아픔과 슬픔을 온몸으로
빛이 되고 별이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