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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문

사랑의 무게

by 로로

님의 미소 띤 영정 사진을 마주하고

차마

젖은 눈길을 돌립니다

이제 오열은 잦아들고

웅성거림이 퍼집니다

어쩌면 이렇게

님을 보내야 하는 걸까요


항상 님은 저만치 앞서 걸어갔지요

뉘 보고 따라 오란 말도 없이

겨우 주춤거리며 님을 따라나섰을 때

어느새 님은 모두의 뒤에서

지긋이 보듬어 주었지요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오래 참고

오래 참고...

이 첫 구절부터 가시처럼 목에 걸리건만

님은 참고, 또 참으며

조용히 기다렸지요


그러하듯

사랑은 님을 막다른 길로

또 한 번의 패배로

내몰았지요

하지만 바로 그곳에서 님은 미소 띠며

포효하는 거짓 승리자들을

거뜬히 뛰어넘어

새로운 바리케이드에서

불꽃을 일으키셨지요


아마도 우리는 몰랐던 것이지요

달달한 것으로 생각한 그 사랑의

무게를

님의 미소 속에 녹아있는

엄청난 사랑의 무게를


그 새벽

가물거리는 별빛에 의지해

어둠의 언덕을 홀로 오를 때

누구도 님의 그 발걸음에

작은 불빛 하나를

드리우지 못했네요


뜨거운 눈물과 함께

님이 삼키었을

그 새벽의 마지막 기도를

섣불리

상상해 봅니다

남겨진 이들에게 속삭이는

빈 침묵의 공간을

그 사랑의 무게를


님의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요

그 공백을

누가 가로지를 수 있을까요

님의 미소 없이

우리가 서로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


아픔과 슬픔을 온몸으로

빛이 되고 별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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