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진다는 것.
정이 영근다는
훗날의 그리움을 잉태한다는 것
푸근해진다는
평안해진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생각을 곤두세우지 않아도
시선을 먼 곳에 두어도 된다는 것
어쩌면 자칫 사랑한다는 것
잃어버린다는
긴장으로 묶인
마음도 생각도 눈길도
사라진다는
하얀 눈도 붉은 낙엽도
살짝 감도는 연인의 미소도
예배당의 오르간 선율도
오돌토돌한 감각을 피해 간다는 것
익숙해진다는 것
언뜻 사랑
어쩌면 죽음
영화와 미술로 생을 흡수하고, 무의식으로 생을 탐닉하며, 합리성으로 생의 방벽을 구축한다. 불현듯 '무(無)'에 마주치는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