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빛과 실> 후반부의 '정원일기'를 읽고
마당 한 구석에 정원을 만들려고 정원사를 불렀다.
"이렇게 작은 작업장은 처음이네요."
그치만 정원사는 나무와 관목과 꽃을 정성스럽게 골라 심어 주었다.
"햇볕이 안 드는 곳이니 거울을 사용해 보세요."
그녀는 세 개의 거울을 샀다, 부족한 듯해서 세 개를 더 샀다, 그리고 또 두 개를 더 샀다.
그녀는 글을 쓰다가 15분마다 나와서 여덟 개 거울의 방향을 조금씩 틀어 주었다.
"바쁘구나. 지구의 자전이 이렇게 빠를 줄이야."
또 그녀는 사흘마다 거울의 기울기를 조정해 주어야 했다.
"지구의 공전이 이렇게 빠르다니."
진딧물과 응애와 선녀벌레와 씨름하는 일은 맘에 안 드는 단어 하나 토씨 하나 접속사 하나를 다시 쓰는 일보다 번거롭고 또 치열했다.
그러면서 <작별하지 않는다>를 탈고했다.
책이 나와 이리저리 바빠진 그녀는 정원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그래도 꽃이 피었고 나무가 자랐고 "보기 좋았다".
응애에 당한 아이들, 자리를 빼앗긴 아이들, 빛을 도둑맞은 아이들은 뿌리마저 썩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