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지구 최후의 밤>에 부쳐
비져나온 액체에 할퀴어진
지하의 시멘트 벽
타고 내리는 물의 자취들이
떨궈내는
무채색 분자들이
코를 파고들고
삼십촉 백열전구가
지지직 검벅거리는데
천장에서 우연 몽그라진
방울 하나가
질척한 바닥에 떨어지며
우주를 울린다
텅~~~
영화와 미술로 생을 흡수하고, 무의식으로 생을 탐닉하며, 합리성으로 생의 방벽을 구축한다. 불현듯 '무(無)'에 마주치는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