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 디 아일>(2018)

토머스 스터버

by 로로

아마 독일쯤 되니까 이런 스토리가 가능할 것이다. 어쩌면 무대는 구동독 지역이고 감독 또한 구동독 출신일 것이라는 촉이 스쳤다. 아무렴. 예상대로 였다. 물론 젊은 감독 토머스 스터버에게 동독은 초등학생 시절에 불과했지만.


영화의 90%는 노동이 이루어지는 일터이다. 그중 50% 이상은 실재 일하는 모습을 담은 것처럼 느껴진다.


지루하겠다고? 전혀 그렇지 않다. 영화 <첨밀밀>의 때가 낀 그렇기에 더욱 애절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남녀 주인공의 일하는 모습으로 채워졌던 것처럼 <인 디 아일>(의역하자면 '일하는 현장에서'쯤 되겠다)에도 따스한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첨밀밀>이 홍콩의 중국 반환 직전의 불안감과 혼란이 바탕에 깔려 있듯이 <인 디 아일>에는 독일 통일 30년 후 어딘지 모르게 깔려 있는 쓸쓸함이 거친 소음 속에 묻혀 있다.(영화에는 기계 소음이 유난히도 강조되어 있다.)


일터는 함께 하는 장소,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공동체, 수시로 체스를 두고 담배를 피우며 스스로 노동을 제어하는 활력이 넘치는 곳. 그러나 벨이 울리고 퇴근을 해서 돌아가는 사생활의 공간은 그저 끝을 알 수 없는 고독과 불안과 소외된 인간 관계만이 스며있는 곳. '노동의 소외'라는 익숙한 클리셰를 뒤집어엎는 '사생활의 소외'.


지게차의 기계 소음에서 파도소리를 듣는 (키스 한 번 안한) 일터 커플의 마지막 장면은 어떤 소망인가? 아니면 어떤 절망인가?

70927691_495381341301592_313739230599708672_n.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칠드런 오브 맨>(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