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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Oct 03. 2020

잡문4

[언론, 검찰, 재벌, 정당, 그리고 수많은 것들]

웅덩이에 더러운 물이 고여 있다.

물을 파내니 웅덩이는 더 커지고 섞은 물이 더 흘러 나온다.

그걸 열심히 파내니 더 큰 웅덩이에 섞고 고약한 냄새의 물들이 흘러 나온다.

그 섞은 물줄기가 얼마나 넓게 퍼져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 웅덩이를 다시 흙으로 메꿀 수도 없고 그렇다고 끝을 알 수 없는 부패를 계속 들출 수도 없다.

- 어느 비관주의자의 관전평


[사업하기 누워 떡먹기인 재벌들]

신세계 스타필드 내의 트레이더스에 가본 사람은 알 것이다. 코스트코랑 똑 같다는 것을. 

하다못해 사탕이나 청바지가 진열된 위치까지 똑같게 동선을 만들었다. 

아마도 처음부터 코스트코랑 똑같이 만들라는 상부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 조금이라도 변형을 가하면 "아무 생각 하지마. 무조건 똑같이 만들어."란 엄명이 떨어졌을 터이다.

코스트코는 전 직원이 정규직이라고 하던데 과연 트레이더스가 그것까지 똑같이 했을까? 

아닐꺼란 생각이 든다. 직원들 표정을 보면 안다.

최근에 근처에 새로 생긴 롯데몰에 가보았다. 

그 전에 가본 다른 지역의 롯데몰과 달랐다. 

이번엔 롯데몰이 스타필드를 고스란히 베꼈다. 

3~4층 높이의 거대한 홍보 스크린까지. 

곳곳에 있는 음식점들의 배치까지. 

여기서도 엄명이 떨어졌을 것이다. "아무 생각 말고 똑같이 베껴!"

이 나라 재벌들은 참 장사하기 쉽다.


명색이 서양사학 전공인데 너무 무식한 것 같아서 최근 서양사 통사를 2종 읽었다. 몇 가지 깨달음이 있는데...

1.

모든 전쟁은 그것이 5년이든, 7년이든, 30년이든, 100년이든 

시작할 때는 금방 몇 달이면 끝낼 것이란 오판에서 비롯된다. 

그런 오판은 현대에도 반복된다. 

한반도,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등.

2.

국가든, 제국이든, 영주든 모든 형태의 권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효율적으로 세금은 걷어내는 일이다. 

이걸 잘해야 상비군을 유지하여 권력을 유지 강화할 수가 있다.

3.

책을 읽다보니 몰라서 무식한 것이 아니라 

예전의 기억들이 더 이상 사용되지 않아 폐허 속에 묻혀 있었던 것이다. 

책을 읽으니 다 기억이 송송 솟아난다. 

얼마나 많은 앎이 나의 머릿속에 폐허가 되어 파묻혀 있는 것일까?


한국 사회의 가장 괴이한 현상 중 하나는

흙수저, 금수저를 

왠만한 사람이면 입에 달고 다니면서

정작 계급의식이나 평등에 대한 의식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자기들이 죽어라 두들겨 패고는

얼마나 곤죽이 되었는지 알아보는 것은

여론조사가 아니라

'업적평가'다.


지성의 전당을

반지성주의 요람으로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있는 놈들 자식만 뽑으면 된다.


빛은 음산한 구름에 가려질 때 자신의 위엄을 드러낸다.

엘 그레코 <톨레도 풍경>

손가락으로 달을 보라고 가리키는데 

보라는 달은 안 보고 손가락만 바라보면서 

핵심과 본질을 놓치는 어리석음을 뜻하는 

'견지망월(見指忘月)'.


엄밀히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달보다는 손가락을 바라보는 것이

본질과 핵심에 더 다가갈 수 있다.

세상만사가 그러하다.


욕망은 죽지 않는다.

단지 사라질 뿐....도 아니다.

오직 은폐될 뿐이다.

그리고

욕망은 은폐되었을 때

더 적나라하게 욕망적이 된다.


삶은

세상이란 덫에 걸려든 생명이

거기서 빠져나가려는

지난한 몸부림이다.


떠난다는 것.

사람이 사람 곁을 떠나는 것.

거기엔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지거나 어떤 피치못할 장벽으로 더 이상 가까이할 수 없는 것.


다른 하나는 육체적으로 가까이 있어도 마음이 떠나는 것. 무관심해지거나 부질없는 원망 또는 회복되지 못하는 미움이 가득 차게 되는 것.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잊혀지는 것. 몸도 가까이 있고 마음도 따스하지만 두뇌 활동의 문제로 서서히 기억들이 지워지고 망각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


어머니가 자꾸 자꾸 이 세번째 떠남을 준비하신다. 종종 아스라하게 멀어지신다. 하지만 어쩌면 지금이 넉넉하게 행복한 것일런지도 모른다. 자녀, 손주 다 알아보시고 꼭꼭 해피 안부도 잊지 않으시는 지금.


"마리아 스클로토프스카."

"예."

"스타니슬라스 오거스투스에 대해서 말해보아라."

"스타니슬라스 오거스투스 포니아토프스키는......"


소변이 마려워 잠에서 깨었는데 

갑자기 46년전에 읽었던 국어 교과서의 이 구절이 암송되는 것은 

필히 갈 때가 되었다는 신호일 터이다.


이 구절에서 대답을 하는 학생 마리아 스클로토프스카가 누구인지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마도 <표준전과>와 <완전정복>도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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