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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Oct 03. 2020

<기생충>(2019)

봉준호

[친절한 봉자씨]

깔끔하게 조율되긴 했지만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웰메이드 코믹터치물이 갑자기 피튀기는 하드코어가 되는 것에 영 아연하게 되지만 그게 감독의 의도라면 뭐 따로 할 말은 없다.


기생충이 아니라 이무기 정도는 되어 보이는 영악한 가족의 명랑활극이 생경한 현실 속 질척한 쟁투와 뒤섞이는 것은 봉 감독 영화의 특징 중 하나인지라 덧붙일 말이 없다.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거나 남겨주기 보다는 이미 영화 속에서 친절하게 탈탈 털어내고 남김 없이 쥐어 짜서 막상 관객은 개운한 기분으로 터덜터덜 빈손으로 걸어나오게 하는 것은 <옥자>와 별반 다름이 없다.


들어갈 때 팝콘을 사가지고 들어가는 무례를 범했지만 그래도 엔딩크레딧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며 예를 다한 것은 한국 영화의 어떤 분투에 대한 애정 때문이리라.


칸느의 선택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코드로 짜여진 풍광들이 자못 파격으로 와닿았기 때문이었을까, 칸느 역사상 역대급 대중영화의 승리로 보인다. 여기선 1천만이 훌쩍 넘을듯. (하~ 여기서 10만 관객 넘는 팜므도르가 겨우 몇 손가락에 불과했을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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