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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Oct 03. 2020

<윈터 슬립>(2014)

누리 빌게 제일란

[칸느의 자존심]


자기 자신을 그럴듯한 인간으로 꾸며 스스로 자족함으로써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의지를 주는 것. 자존감.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멈출 수 없는 욕망. 자존심.


어쩌면 이것이 인간이 가진 가장 강력한 욕망인지도 모른다. 아니 그것은 본능, 삶을 지속하는 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생의 근원적 속성일 것이다.


아마도 <기생충>을 본 관객의 95%는 칸느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를 난생 처음 보는 것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5년전 팜므도르(황금종려상)를 받은 3시간 20분짜리 터키 영화 <윈터 슬립>의 국내 개봉 관객은 8천 명 정도였고 늘 대략 그 정도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자존감에 대해, 그리고 그로 인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부딪혀서 상처를 주고 받으면서 엉켜 살아 나가고, 또한 그것이 사회적 지위와 계급에 따라 어떻게 다른 색조를 드러내는가를 한 편의 희곡 내지 소설을 읽는 셈 치고, 익숙지 않은 팜므도르에 도전해 보려면, 누리 빌게 자일란 감독의 <윈터 슬립>을 찾아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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