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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Oct 03. 2020

프로페셔널 아마추어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었다고 치자. 세심하고 기억력이 좋다면 아마도 로마 역사에 대해 몇 일밤을 늘어놓을 수도 있고, 한 학기 강의는 너끈히 할 것이다. 이게 아마추어다. 아마추어는 자신이 "아는 것"을 안다. 그러니 아주 많은 것을 안다고 생각한다.


로마사의 한 부분 예를 들어 공화정이 어떻게 가능했는지에 대해 논문을 쓰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는 이런 주제에 대해 연구한 모든 내용을 섭렵해야 한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더 많은 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게 프로페셔널이다. 프로는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안다.


프로와 아마의 경계는 따라서 양적이라기 보다는 질적인 것이다. 즉 앎의 양이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프로도 아마도 각각 자신의 영역에서 자기 역할을 하게 마련이다.


프로가 아마인 척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는 보통 프로의 세계가 너무 고답적이거나, 융통성이 없을 때 그것을 뒤흔들고 무너뜨려 새로운 프로의 세계를 여는 순기능을 한다.


아마가 프로인 척 하는 것은 거의 좋을 일이 없다. 때로 아마가 프로의 역할을 하거나 그 사회적 지위를 꿰차고 있을 때, 그 사회는 부패하고 망가지게 마련이다.


"프로페셔널 아마추어"는 어디까지나 아마추어이다. 단지 자신이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아마추어가 아니라 자신이 "모른다"는 필요충분한 자각을 가진 제법 아는 아마추어이다. 이런 사람은 고유한 역할이 있다. 거짓 프로를 분별할 수 있게 해주는 리트머스 시험지이다.


그런데 사실은 별로 쓸모가 없다. 거짓 프로들은 리트머스 시험지로 스스로를 테스트할 생각이 전혀 없고 그들이 이미 소유한 권력은 거짓의 성찬으로 이미 확고한 기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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