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번 이마트에서 반찬을 산다. 데우기만 하면 되는 조리된 반찬, 국, 찌개. 그리고 어머니를 찾아간다.
2년전쯤 처음 면담할 때부터 의사는 꼭 묻곤했다. 식사를 본인이 스스로 챙기는 지. 반찬을 직접 만드시는 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게 노인의 치매상태를 점검하는데 그것이 매우 중요한 듯 보였다.
언제부터인지 채소나 두부는 냉장고에 그대로 남아 있곤 했지만 가스렌지 위의 뚝배기엔 된장찌게가 있었다. 그때까지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직접 조리한 음식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마트에서 된장찌개만큼은 사지 않았다.
감옥에 간 아들이 어머니의 된장찌개가 그립다고 했었다. 그 아들을 위해 어머니는 아들이 출소한 첫날 된장찌개를 끓여주셨다. 군대간 손자도 할머니의 된장찌개를 가장 좋아했다. 휴가 나온 손자를 위해서도 된장찌개는 늘 밥상 위에 올려졌다.
그러던 된장찌개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 어머니는 더 이상 어떤 반찬도 직접 만들지 못하셨다. 어머니가 만든 마지막 된장찌개가 언제였는지는 모르겠다.
요즘엔 이마트에 가면 조리된 된장찌개를 카트에 담는다.
그 순간 세월이라는 차가운 바람이 뻥뚫린 가슴을 스쳐지나간다.